교세확장에 ‘기적’ 이용하자는 제안 끝내 거절
‘공덕은 스스로 감추고 잘못은 드러내라’ 당부
부처님께서 나란다성의 한 숲속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그 성에 ‘견고’라는 이름의 청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청년은 부처님을 매우 존경하고 마음으로 믿고 의지하였습니다.
부처님과 승단을 좋아하는 만큼 청년의 소망은 오직 하나, 불교의 세력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어디서나 부처님의 가르침이 메아리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부처님이 맨발로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러 다니며 가르침을 펼치는 식의 교화법은 얼른 집어치워야 했습니다. 그래가지고 어느 세월에 이 인도땅, 나란다성을 불교의 요람으로 만들 것인가…. 청년은 자나깨나 머릿속으로 어떻게 하면 이 땅에 불교의 붐을 일으킬 수 있을까를 궁리하다가 아주 그럴 듯한 묘안을 생각해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청년은 부처님을 뵈러 가서 이렇게 청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앞으로 승단의 모든 스님들에게 사람들을 만나면 기적을 보여주라고 일러주십시오.”
그런데 부처님은 청년의 간청을 거절하셨습니다.
“나는 절대로 사람들에게 기적을 보여주라고 비구들에게 이르지 않을 것이다. 여래의 제자들은 오직 한적한 곳에 있으면서 고요히 도를 행하고 만일 공덕이 있으면 그것을 스스로 숨기며, 잘못이 있으면 스스로 그것을 드러내라고 가르칠 뿐이다.”
부처님의 거절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청년은 그래도 졸라댔습니다.
“부처님, 그러지 마시고 부처님을 믿는 사람들이나 믿지 않는 사람들이 오거든 그들에게 기적을 보이라고 스님들에게 명하셔야 합니다. 물론 저는 부처님의 법이 얼마나 좋고 훌륭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나란다성은 인구도 매우 많고 아주 풍요롭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조금만 기적을 보이면 엄청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요, 부처님과 승단은 아주 훌륭하게 교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스님들에게 기적을 행하라고 일러주십시오.”
하지만 부처님의 대답은 한가지였습니다.
‘기적은 안 된다’는 것….
물론 경전을 읽다보면 부처님도 세 가지 기적(신통력)에 대하여 말씀하고 계십니다. 어느 곳이나 막힘없이 드나들 수 있는 신통력, 상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환히 알아맞히는 신통력, 그리고 다른 이를 깨달음의 경지로 교화하는 신통력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기적을 잘못 부려 오히려 부처님에게 크게 야단을 맞는 스님 이야기도 경전에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이런 기적은 아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면 절대로 함부로 부려서는 안 되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런 기적은 아무리 부드럽고 쉬운 말로 타이르고 깨우쳐주어도 그 마음을 열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에게 쓰는 마지막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이어서 청년에게 기적을 부려서는 안 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계십니다.
“올바른 방법으로 열심히 수행한 비구들이야 바른 생각으로 그러한 기적을 일으키겠지만 바른 믿음을 지니고 있지 않은 이들이 그런 기적을 보았을 때 그들은 그 기적 속에 숨은 뜻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저 ‘나도 그런 것 할 줄 안다, 주문만 몇 줄 외면 된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야말로 참으로 바른 법을 비방하는 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아함 견고경>
아마 부처님이 인도땅에서 대대적으로 교세확장에 성공할 생각이었다면 분명 기적을 행하셨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불가사의한 힘 앞에서는 기가 팍 죽고 납작 엎드리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그런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일단 신도들을 많이 끌어들여 다시 말해 소위 ‘대박’을 터뜨린 뒤에 뭔가 제대로 된 가르침을 펼치자는 심리가 종교인들 사이에도 팽배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대박을 터뜨리고 난 뒤를 어떻게 수습하려는 것인지….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대부분이 결국 정상적인 삶마저도 포기하는 말로를 겪게 되었다는 통계를 보더라도 ‘기적’이 얼마나 무서운 독인지 알 수 있습니다.
기적을 부탁하는 사람 앞에 부처님은 ‘공덕이 있으면 스스로 그것을 감추고, 잘못이 있으면 스스로 그것을 드러내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빨리 한 건 제대로 하여 인생을 180도 역전시키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요즈음, 부처님의 이 말씀은 어쩐지 시대를 거스르는 당부인 듯 느껴집니다만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오래도록 생명을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