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마찬가지로 티베트에서도 부모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아이들이 아무 탈없이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이다. 그래서 티베트에서도 신생아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으며 새 삶을 맞이한다. 산모에게는 힘든 일을 시키지 않는 배려도 각별하다. 탯줄(제대)이 상체에 감기고 머리가 길쭉하며 천문이 좁혀져 있으면 순산이 된 길조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머리부터 나와 나오자마자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엄마의 젖을 힘차게 빨아대면 건강하다는 신호이다. 다리나 엉덩이가 먼저 나오거나 천문이 좁혀져 있지 않다거나 젖을 빨지 못하면 무언가 정상이 아니라는 징조이다. 탯줄이 하반신에 감겨있거나 태어날 때 벌써 이가 나있어도 상서롭지 못한 비정상적 분만의 징후이다.
아이가 건강한 몸으로 정상 분만되면 부모는 아이의 행운을 비는 간절한 축도를 올리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축원을 암송해야 한다.
‘아가야, 너는 나의 심장과 같단다. 너는 만수를 누리고 더할나위없이 훌륭한 스승들을 만나 너의 인생은 부귀와 건강과 영화로 가득할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너의 앞길에 아무런 걸림돌도 없이 승승장구하기를 바라고 바랄 뿐이란다!’
축원이 끝나면 산파나 가족이 탯줄을 자르고 털실로 묶어 그 자리에 당목향 가루와 참기름을 발라준다. 그런 다음 얘 받는 사람이 아이를 미지근한 향수로 씻겨준다. 그리고 나서 아이의 혀에 사푸란 가루로 티베트의 성음(聖音) 리(HRIH)자를 써넣게 되는데 그렇게 하면 아이에게 지혜와 언변이 좋아진다고 한다.
티베트에서는 옛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 아이는 당연히 엄마의 사랑스러운 젖을 먹고 자라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젖이 잘 나오고 탈이 없다고 한다. 산모의 젖이 나오지 않으면 건강하고 자상한 유모의 젖이라도 먹여야 한다.
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는 온 가족이 상의하여 좋은 이름을 고른다. 티베트에는 이름에 성이 따로 없다. 생후 8개월이 되면 귀에 구멍을 뚫게 되는데 남아는 오른쪽 귀에 여아는 왼쪽 귀에 구멍을 낸다. 티베트에서는 남녀 모두 전통적으로 귀고리를 한다.
아이는 강렬한 직사광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여야 한다. 가리개도 없이 아이를 햇빛에 노출시키게 되면 눈에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문과 발바닥도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잘 보호해야 한다. 머리는 신경의 바다와 같아서 머릿속 여러 감각신경들과 연결되어 시각에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씩 적당한 정도의 햇살에 쪼여주면 아이의 발육과 혈액순환 그리고 활력을 북돋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 아이를 다룰 때는 너무 일찍부터 곧추세워 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의 등뼈는 제 머리를 지탱할 수 있을 만큼 아직 단단히 굳지 않아 자칫 잘못하였다가는 척수를 다쳐 어려서부터 곱사등이 되기 십상이다.
아이들은 젖니가 날 때 잇몸이 몹시 아프고 온몸이 편치 않다고 한다. 티베트의서에서는 이때를 어린 공작의 머리에 깃털이 돋을 때의 아픔과 비슷하다고 비유하고 있다.
아이의 불쾌감과 잇몸 통증을 진정시키기 위해 티베트에서는 약초로 만든 연고를 쓰는데 주로 들국화를 원료로 한 것이다.
생후 12개월에는 첫돌잔치를 열어 불ㆍ법ㆍ승 삼보에 헌물을 보시한다. 티베트에서는 첫돌 외에는 일생동안 생일을 기념하지 않는 전통이었으나 최근 망명생활과 외래문화와 접촉하면서 달라지고 있다.
소아과질환은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선천성 질환이다. 발생학을 다룰 때 언급한 바 있듯이 임신 첫 3개월 동안의 산모의 섭식과 행실은 아기의 건강과 안녕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술과 담배는 물론 먹던 약도 끊고 X선 검사나 치료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그리고 난삽한 성행위나 괴이한 체위로 무리를 해서는 매우 위험하다. 그런 것들은 모두 세 기본에너지의 균형을 망가뜨리고 혈액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세 기본에너지는 태아의 발육에 절대적으로 중요해서 균형이 깨지면 귀머거리 실명 말더듬이 절름발이 척추기형 그리고 언청이와 같은 선천성 장애들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선천성장애들은 모두 치료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