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의 유서 깊은 사찰이자 고려의 일급 사찰중의 하나인 영통사를 천태종의 지원으로 복원하고 10월31일 드디어 낙성식을 거행한다는 희소식이 들린다. 많은 남한의 신도들이 이 행사에 참여하여 뜻 깊은 역사(役事)를 축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종교계 차원에서 이루어진 남북 교류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역사적 의의가 있다.
현재 불교계에서 이루어진 남북교류는 조계종에서 진행하고 있는 금강산 신계사 복원과 더불어 사찰의 복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종교와 문화를 통한 남북관계의 개선이라는 점에서 남북교류의 바람직한 모델이 되고 있다.
영통사는 고려 왕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사찰이다. 인종을 비롯하여 많은 고려의 여러 임금들이 이 사찰에 행차하였고, 고려 임금들의 초상화가 이 절에 모셔졌다.
더군다나 왕족출신으로 천태종을 창립한 대각국사 의천 스님이 이 절에서 출가하여 이 절에서 입적한 인연은 이 절의 역사를 한층 빛내고 있다. 그동안 이 절은 폐허가 되어 1125년 의천 스님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영통사대각국사비와 3기의 고려시대 탑들만이 이 절의 역사를 전하고 있었는데, 천태종의 노력으로 영통사의 역사가 되살아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27동이나 되는 건물을 1년 만에 그것도 시멘트로 지었다는 소식에는 왠지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선다. 오랜 역사의 숨결을 갖고 있는 문화재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 가장 원형에 가까운 건물을 짓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목조건물을 시멘트로 지어 외형만 살리고 목조건물이 갖고 있는 생명력을 소홀히 하였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비용과 공사기간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따르겠지만, 전통의 사찰은 원래대로 목조로 복원해야 할 것이다. 이런 부분만 보완된다면 영통사 복원은 그 의미가 한층 더해질 것이다.
이제 우리는 신계사 복원에 이은 영통사 복원으로 남북불교 교류의 새 장을 열게 됐다. 두 사찰의 복원을 남북불교교류가 더 활발해질 수 있는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울러 두 사찰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유서깊은 옛 사찰들도 여법하게 복원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