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공포, 해답은?
2004년 초에 국내 축산농가에서 조류독감이 유행하였을 때에 방송매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조류독감은 인체에 감염되지 않는다고 공언하였던 정부가 조류독감주의보를 발령하면서까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국내에서 조류독감이 유행할 경우에 우리나라 인구의 30%인 1,500만 명이 감염되고 그 중 44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전 국민이 갖고 있는 막연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조류독감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독감은 예전부터 인류를 괴롭혀왔다.
1173년에 유럽에서 독감이 유행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고 1918년에 전 세계적으로 2,0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의 원인바이러스를 밝혀내기도 하였다. 이후 10년 내지 40년의 주기로 세계적인 독감 대유행이 발생하였고 마지막 대유행은 1977년에 있었다. 이런 대유행 사이에도 소유행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여 국내에서도 매년 겨울철이면 독감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독감을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로 성격이 다른 여러 종류의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밝혀져 있다.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황인종 중 한국인과 일본인이 다르듯이 매년 조금씩 변화하면서 끊이지 않고 독감을 일으키게 된다. 사람이 독감에 걸리거나 예방접종을 한 후에는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갖게 되어서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성격이 약간 변해도 아주 큰 유행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종이 바뀔 정도의 큰 변화가 발생할 경우에는 이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대유행과 함께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된다.
조류독감에 대해 국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새들에게 유행하는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전염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미 증명이 되어있다. 2003년 12월부터 2004년 4월까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34명이 조류독감에 걸려서 그 중 23명이 사망하였다. 조류독감에 걸린 사람들은 대부분 닭이나 오리를 기르거나 도살하는 등 가금류와 직접적인 접촉이 있었다. 따라서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나 오리와 직접적인 접촉이 없는 일반인들이 음식 등을 통해서 조류독감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내에서도 2004년 초에 조류독감이 대규모로 발생하였으나 사람이 감염된 경우는 공식적으로 없었다. 조류독감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문제점은 우리가 닭고기를 먹어도 괜찮은가 하는 것이 아니라 1918년에 세계적으로 큰 재앙을 가져왔던 스페인독감처럼 인류를 위협할 돌연변이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발생하느냐 하는 것이다.
조류독감주의보가 발령된 후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반인들은 외출 후 씻기 등의 기본적인 개인위생을 지키면 충분하다. 대중매체를 통해 조류독감 유행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여 그 지역에서 가금류와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현재 접종 중인 독감예방접종이 조류독감을 예방하지는 못하지만 65세 이상의 노인, 만성질환자, 의료 종사자의 경우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겠다. 겨울철에 독감과 조류독감이 동시에 유행하게 될 때에 두 질환을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고 두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만나 돌연변이바이러스가 생길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조류독감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공연히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기피할 필요는 전혀 없다.
많은 돈이 드는 일이지만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의 조류독감 백신개발, 예방 및 치료 약제 확보 등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