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신도회에 첫 여성 회장이 추대된 것을 보면서 이것이 한국불교 앞날의 여러 가지 긍정적 조짐 가운데 하나라 믿고 싶다.
추대된 김의정 회장은 모태불자로서의 돈독한 신행생활은 물론,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7호 궁중다례의식 보유자인 ‘차인’이다. 이런 탄탄한 전통성과 함께 세계와의 교류를 위해 필요한 국제성도 갖추고 있다.
창립 50주년이 된 올해를 중앙신도회에서는 ‘회향 50년, 정진 50년’ 으로 규정짓는다. 나름대로의 성과를 지니고 있는 반 백년을 회향하고 다시 반 백년의 정진을 다짐하는 시점에 새로운 성장 동력에 걸맞는 여성지도자를 추대했다는 것이 순리라는 느낌이다.
“임기 중 반드시 신도회관을 마련하고 재정자립에 진력하겠다”는 김 회장의 첫 다짐에서 우리는 50년 역사를 지닌 중신회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곡절 많았던 역사는 있으되 물질적 정신적 인적 인프라 구축에는 소홀해 왔다는 현실이다. 재가자들의 신행공동체를 조직 활성화하는 일이며 불우한 이웃에 대한 관심, 화합하는 사회, 통일문제, 환경, 생명문제, 한국불교의 세계화 등 신도회가 앞장서 해야 할 일들이 변변한 신도회관 하나 없이, 재정자립 없이 가능하기나 한가?
또한 중신회는 정치권력이나 사회적 여러 영향에서 자주적이고 자유로운 활동을 해야 하며, 종단의 종지 종통, 부처님과 원로 대덕스님의 가르침에 소홀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라면 종단 안에서 조차 자주성을 지녀야 한다.
부처님 가르침을 올바로 실천하는 신행공동체와 새로운 신행문화 확립을 위한 첫 과제는 재가불자 교육이다. 지역이나 직능별 신행단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중신회의 기본 틀을 짜고, 그 힘을 높여 나가는 일도 우선해야 할 일이다.
김 회장의 추대에는 이밖에도 많은 어려운 문제들이 숙제로 던져져 있다.
사부대중, 승가 공동체 전체의 화합을 이끌어 내면서 어려운 문제들을 하나씩 지혜롭게 풀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김징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