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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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달이야기
시(詩)를 읽다보면, 동양시와 서양시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서양의 시가 대단히 인간 중심적인 주제를 택했다면(비록 대상이 자연이라고 하더라도), 동양의 시는 자연 속의 일부로서 매몰된 정취를 노래한다.
특히 가을의 달 만큼 동양의 시에 자주 등장한 소재도 없다. 안록산의 난 당시 흩어졌던 동생들을 그리면서 지었던 두보의 ‘월야억사제(月夜憶舍弟)’, 그리고 당나라 3대 시인 중, 가장 회화적인 시를 지었다는 시불 왕유의 시중 대나무 숲에서 보는 달빛을 표현한 ‘명월래상조(明月來相照)’는 참으로 시에 그림이 있다고 하는 옛사람의 비평이 허구가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특히 달이 찾아와서 서로 비춘다는 장면에서는 시에서 그림을 느낄 수 있으며, 선적인 경지까지도 읽혀진다. 마음을 조용히 두었을 때 단순히 대상으로 느껴졌던 바깥의 사물들이 나의 마음에서 녹아버리는 느낌들을 서로 비춘다고 표현한 것만 같다.
이와 같이 동양의 시에 달이 많이 등장하는데 반해, 부처님 경전에서는 달이 등장하는 예가 드물다. 음양의 조화를 중시했던 중국의 문명과는 다르게, 태양의 에너지를 더욱 강조했던 인도 문명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인도를 방문한 사람들은 인도 문명의 강렬한 에너지에서 감명을 받는다고 한다.
달은 왜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가. 역사적으로 점성술을 포함하는 신비과학에서는 천체와 인간의 운명을 점치기 위해서 알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간이 태어날 때의 천체의 위치들이 태어난 아기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고 있다. 별이 미치는 오묘한 인력들의 조합이 인간의 생체를 결정한다는 다소 신비적인 믿음이다.
라틴어에서 유래하는 ‘lunar’는 영어로 달을 나타내고 여기에 파생된 ‘lunatic’은 ‘약간 미쳤다’는 뜻이다. 보름달일 때 자살률이 많다는 경험에서 만들어낸 말이다. 최근에 과학적으로 보름달과 인간의 심리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과학적인 데이터는 인간과 보름달과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부정하고 있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미력하기는 하지만, 바닷물의 조수를 결정하는 달과 물로 이루어진 인간(아니 생물 전체)의 미세한 생체 리듬의 영향을 부정하기 또한 힘들다. 여성의 배란 리듬이 달의 주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기 전에 가끔은 어느 태평양의 어느 섬, 인적이 없는 바닷가(아니 해운대 바닷가여도 좋다)에 비치는 달빛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바닷물의 파돗소리를 생각해 보자. 과연 그 바닷가의 적막은 나와 관련이 있는가, 없는가. 문득 관련이 있다고 느껴진다면, 수 억년 동안 ‘나를 만들기 위해’ 존재해온 수많은 달빛에 대한 기억들 때문은 아닐까.
파도 소리의 들고 낢에서 소리에 집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관세음보살을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서울대 전기공학부
200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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