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1대 총무원장 인곡당 법장대종사가 9월 11일 원적에 들었다.
2년 7개월간의 총무원장 재직중 스님은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고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었기에 이렇듯 안타까운 마음은 더욱 절절하기만 하다. 덕숭총림 수덕사의 가풍을 이은 스님은 일찍이 제방선원을 다니며 참구정진에 힘써왔으며 한국불교선학연구원을 설립해 선풍진작에 매진하며 수행자의 본분을 지키려 애썼다.
특히 스님은 더러 정치적 술수와 비난이 횡행하는 종단풍토 가운데서도 “나는 정치인이 아니라 수행자다’라는 소신을 늘 견지해 왔으며, 그런 가운데서도 이(理)와 사(事)를 겸비한 종무행정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했기에 종도들은 실로 믿음직스러워 했다.
스님의 일생은 자비와 원력의 보살, 바로 그것이었다. 불우한 어린이를 내 몸처럼 거두고 재소자교화에도 눈길을 돌렸으며, 종단의 내일을 위해 인재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종단 수장으로서 스님의 활동영역은 종단를 넘어 국내외로도 펼쳐졌다. 특히 민간지도층으로는 처음으로 이라크의 자이툰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으며, 지난 6월에는 북한을 방문해 남북불교교류와 화해의 지평을 넓히기도 했다.
스님의 자비원력 정신은 지난 94년 ‘생명나눔실천회’를 창립하고 시신과 장기기증을 서약한 것으로 그치지 않고 끝내 사바에 남긴 육신을 동국대 일산불교병원에 기증했다.
생명나눔을 통해 오늘날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고 있는 불교의 자비정신을 실천에 옮기고자 했던 법장대종사, 그는 분명 교단의 사표로서 손색이 없는 분이다.
총무원장의 육신보시! 오랜만에 들어보는 명쾌한 결정이다. 법장 대종사 본인은 물론 사부대중과 사회의 일반대중들도 숙연하게 반기리라 믿는다. 스님이 법문했던 ‘주어도 주어도 비지 않는 바랑’은 바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비와 원력의 바랑일 것이다. 이제 우리도 그것을 아끼지 말고 중생들을 향해 주고 또 주어야 한다. 아울러 스님이 떠난 종단을 잘 꾸려나가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인곡당 법장 대종사의 명복을 삼가 법답게 축원하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