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류는 남녀 구분이 따로 없는 양성구유(兩性具有)의 인간이 될 수 있을까? 그것도 자연 진화가 아닌 인위적 방법으로.
미셀 우엘벡 이라는 프랑스 작가는 그가 쓴 소설 ‘소립자’에서 황당하게도 미래인류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그렇게 그린다.
‘소립자’에는 과학자들이 유전자를 변형시켜 만든, 지금 인류를 대체시킬 미래인류로 나올, 그 ‘새로운 종’은 남녀의 구별이 없다. 개체마다 남성성 여성성을 함께 지니고 있어 후손번식의 생식방법으로서의 남녀간 사랑도 물론 필요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사랑의 행위에서 얻을 수 있는 현생인류의 즐거움은 어떻게 될까? 그 문제도 간단하게 해결된다. 지금 인류에겐 무아의 경지를 이끌어 내는 ‘크라우제 소체’라는 것이 신체의 몇 군데만 분포돼 있다. 따라서 그런 경지를 얻기 위해 번거로운 행위를 해야만 한다.
하지만 ‘새로운 종으로서의 신인류’에게는 크라우제 소체가 신체 여러 곳에 널리 퍼져있다. 타인과 피부만 닿아도, 아니 혼자서 피부만 쓰다듬어도 그 쾌감과 즐거움을 언제든지 맛보게 된다. 마약도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면 임신과 출산은?
소설에서 그 부분은 확인되지 않으나 오늘의 생명과학이 보여주는 가능성 등으로 미루어 보면 이 역시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코미디이긴 하지만 남성배우 ‘아놀드 슈워즈네거’가 스스로 임신하고 출산하고 아이 기르는 내용의 헐리우드 영화 ‘주니어’는 이미 오래된 버전이고, 이제 영화는 ‘아일랜드’등 인간복제에 대한 이야기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최근, 영국과학자들이 인간의 난자만을 가지고 마치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된 것처럼 세포분할을 하는데 성공, 이른바 유성(有性)생식이 아닌 단성(單性)생식의 ‘아빠 정자 없는 무염수태’ 가능성을 열었다고 전한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세계최초로 ‘아빠 없는 쥐’를 탄생시킨 실적이 있는 만큼 앞으로의 여러 장애에도 불구하고 이런 단성생식의 성공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이는 생명과학분야에서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와는 또 다른 해결책을 보여주는 것으로, 줄기세포 쪽 보다는 해결해야 할 장애가 더 많은 연구로 알려져 있지만, 단성생식의 성공이 가져 올 인류의 변화는 참으로 상상을 초월한다 하겠다.
현재의 과학적 결과로 보면, 여성은 단성생식으로 끝없는 자기 복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성들로서야 난자의 도움 없이 정자만으로 사람을 키워낼 수 있는 방법을 따로 연구해내야겠지만….
물론 이런 연구들은 지금 인간의 난치병 치료에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인간 신체의 개량, 또는 개선의 길이 열리는데 그 길을 외면할 과학자들이 있을까? ‘황당한 소설적 상상’이라 치부되는 소설 ‘소립자’에 등장하는 양성구유의 ‘미래 인류 상’이 그럴듯하다는 느낌마저 받게 되는 이유다.
이를 가정한다면 천지개벽이 따로 없다.
동성애에 대한 세계적인 새로운 관심, 남녀관계 변화 등등 작금의 사정들을 보면서 이런 증상이 혹시 현생인류 적 여러 특성들을 인류 스스로가 거부해 가는 초기적 조짐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생명과학이 새로운 경지를 개척할 때마다 이에 환호만 하기보다 우리가 무서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에 맞는 가치관을 제시하고 이를 선도해야할 종교라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