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학에서는 심장을 마음자리로 본다. 그래서 심장은 마음의 상태를 곧바로 반영한다. 우리가 무언가에 소스라치게 놀랐을 때 심장이 요동을 치기 때문에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고 혈압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사부의전>의 제3부 <비밀의전> ‘제34장 심장질환’ 편에는 심장병의 여러 유형들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심장질환의 원인은 온갖 탐욕과 이기심 야심 경쟁심으로 똘똘 뭉쳐진 마음에서 비롯된 정신적 스트레스이다. 티베트의서에는 ‘만병에는 의당 원인이 있기 마련’이며 ‘원인이 없다면 치료인들 어찌 가능하겠는가?’라고 묻고 있다. 정신적 긴장은 심장활동을 도와 혈액순환을 주도하는 범습룽의 흐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심장을 해치는 짓들을 수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고소득 전문경영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잦은 해외출장과 임원회의에 신규투자니 사세확장이니 이윤창출이니 생산성재고니 투자환경개선이니 하는 말들을 화두로 하루도 발 뻗고 편한 잠을 청할 수 없다. 하루하루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 내느라 그만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것이다. 그들은 회사의 몸이 되어 자신을 돌볼 겨를도 없이 먹을 것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수면도 충분히 취하지 못하며 체력을 돌볼 최소한의 휴식이나 여유를 생각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심장질환이 고임금 전문직 중년 남성에 가장 흔한 데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여자들은 보통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눈물로 자신의 스트레스나 감정을 쉽게 털어내 버리지만 남자들은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고 스트레스를 꾹 눌러두는 쪽이기 때문이다. 심장질환의 또다른 주범은 고지방질 음식을 즐겨 먹는 식습관과 흡연 및 과음이다. 그러한 습관들은 모두 혈관이 좁아져 막히는 심장발작을 초래할 수 있다.
채식과 농경문화를 기틀로 한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심장마비나 고혈압과 같은 심혈관계질환은 그 이름조차 생소했다.
지금은 우리 전통사회의 식습관과 생활양식의 우수성과 숨은 지혜를 잘 헤아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건강사회의 미래상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때이다.
티베트의서에는 일곱 가지의 심장질환이 기술되어 있다. 첫째는 광기(狂氣: 미친병)이다. 광기는 건망증 지남력상실 우울증 신경과민 불면증을 수반하고 숨이 가빠지며 탄식이 멎질 않고 혼자 말대답하며 물으면 대답이 없고 신체적으로는 통합·조정기능을 상실하는 증세들이 따른다. 현대의학에서의 치매와 비슷하다.
둘째는 협심증이다. 협심증에는 룽 장애로 인한 것과 혈(血) 장애로 인한 것 두 종류가 있다. 룽 장애로 생긴 협심증에서는 어지럼증 등통(腰痛) 호흡곤란이 있고 입과 혀가 바싹바싹 마르는 증상이 따른다. 반면에 혈의 장애로 야기된 협심증에서는 심한 흉통과 무호흡증 고정응시 그리고 혀가 마르는 증상들이 나타난다.
셋째는 심장염이다. 심장염에서는 두근거림(심계항진) 흉·배부(胸·背部)작열감 칼로 에는 듯한 심장통증 그리고 혀와 코가 바싹 마르는 증세들이 나타난다.
넷째는 심장에 체액이 불어나는(心臟流積) 심장병이다. 이 심장병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말수가 갑자기 많아지며 몸서리를 쳐대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성깔이 몹시 괄괄해지고 끊임없이 웃어대고 노래를 듣는 증세를 보인다. 다섯째는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건망증 식욕부진 막연한 근심 삶에 대한 무관심 몸속에 큰 바위가 들어앉은 듯한 느낌 그리고 수면과다 증세들이 나타난다.
여섯째는 개사상충(犬絲狀蟲)병이다. 이 심장병은 안구의 흰자위막이 거무스름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침을 주체못해 질질 흘리고 동굴 속같이 암흑에 묻힌 느낌이며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아픔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 일곱째는 심부전이다. 심부전은 태도는 다소곳하지만 성질이 과민해지고 위협적인 돌발 행동을 보이며 눈의 양쪽 바깥 시야를 보지 못하고 극심한 편두통과 함께 입이 비틀어지는 증상들을 수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