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교육적 여건 십분 활용해야
대안학교에 대한 내용이 부쩍 늘고 있다. 한국에서 대안학교 설립 주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종교계이다.
원불교가 중학교 3곳, 고등학교 3곳 등 6개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경주 화랑고는 폐교를 활용하여 설립되어 모범적인 대안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개신교는 기독교 대안학교 연맹 회원교 7개교 등 15개 학교가 운영되거나 개교를 준비하고 있다. 가톨릭은 1998년에 지정된 충북 양업고등학교를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유독 불교계는 단 한곳도 없다.
근년에 가톨릭 내부 워크숍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기된 적이 있다고 한다. ‘개신교보다 이 땅에 훨씬 먼저 들어온 가톨릭이 신자 교세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의료와 복지 쪽에 신경을 쓰느라 학교 교육을 통한 선교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었다 한다. 일부의 의견이겠지만 불교계에서 깊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반면 개신교 내부에서는 짧은 시간 내에 급성장하여 급기야 한국사회의 중심에 우뚝 선 가장 큰 공로를 공교육의 틀 속에서 유치원, 초, 중, 고 대학을 전국적으로 골고루 세워 학교선교를 잘 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최근에는 기독교 학교 선교의 새로운 모색으로 대안학교를 통한 선교를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오늘날 현대사회의 가장 큰 이슈인 교육과 가정의 위기를 기독교 세계관(성경적 세계관)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대안학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에 기독교대안학교연맹이 ‘공교육에 대한 기독교대안학교의 정체성’에 대해 심포지움을 열고 기독교 대안교육의 앞날을 논의한 점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을 만 하다.
이 시점에서 불교 대안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한다. 욕망의 절제와 수행을 통한 평화로운 세상, 연기사상에 입각한 모든 생명체와 자연과의 조화를 가르치는 불교사상이야말로 욕망과 갈등의 구조 속에 살아가는 현대사회에 꼭 필요하며, 그 이념을 교육의 틀 속에서 이루기 위해서는 불교정신으로 이뤄지는 불교대안학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한국 불교계는 참선 중심의 수행생활, 자타불이에 입각한 자연보호 사상, 다양한 명상 수련방법의 공유, 대부분 자연 환경 속에 위치한 사찰 등의 훌륭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불교학교의 이념을 실천해야 한다는 원력과 기술적인 문제만 잘 접합한다면 이상적 교육모델을 이뤄낼 수 있다. 오랜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는 발우공양법이나 참선수행법 등을 현대적 교육과정으로 잘 조율한다면 훌륭한 교육과정이 될 수 있다. 또 대중공사 등의 정통 회의법을 화합과 질서, 민주주의 의사결정 과정의 모범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금 불교계는 기존 지니고 있는 좋은 여건과 재료를 귀하게 여기지 않고 바깥세상의 정치적 상황이나 어설픈 서구식 사회제도 등에 휩쓸려 불교 고유의 정체성과 색깔 있는 포교에 아쉬움이 많다.
주요 종단의 정책의사 결정 과정이나 사회적 대응 등이 과연 불교적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길 때가 많은 것이다.
평화 통일 후를 대비한 동포 교육까지 준비하는 타 종교의 모습, 교파를 초월한 학교 선교 모임 등을 보면서, 원효 스님의 화쟁사상, 통불교 정신을 이웃종교에서나 볼 수 있다는 착잡함에 젖어든다.
하지만 시간은 충분하고 미래는 밝다. 불교계가 갖고 있는 역량을 발휘해 범 종단별로 좋은 학교 하나씩 선의의 경쟁을 하자, 누구나 입학하고 싶은 불교정체성을 지닌 학교 만들기를 불교대안학교에서 시작해보자. 원력 있는 곳에 성취가 있다는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