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학에서는 맥관계(脈管系)의 존재와 중요성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 우리 몸에는 여러 맥관들이 순환하고 있는데 크게 원맥(原脈-胎脈) 상맥(常脈-實脈)맥 결맥(結脈-合脈)맥 그리고 유맥(維命) 네 가지로 나누었다.
첫째, 원맥 또는 태맥은 배꼽에서 뻗어나와 세 갈래의 작은 소맥(小脈)으로 갈라진다. 하나는 상행하여 뇌를 만든다. 뇌는 마음의 조화(造化)는 물론 무지의 원천으로 하나의 광활한 신경 대해(大海)와 같다. 당혹스럽고 울적한 기분은 모두 우리 머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 몸의 베껜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다른 소맥 하나는 간의 총간동맥으로 흑맥(黑脈-命脈)과 혈관을 만들어 낸다. 혈액은 노여움을 일으키는 열의 원인이다. 이 신체의 중간부위는 티빠가 위치한 자리이다. 마지막 소맥은 쾌감의 원천인 생식기신경총으로 뻗어 내려가 정욕을 일으킨다. 신체의 하부에는 룽이 자리하고 있다.
둘째, 상맥 혹은 실맥에는 감각기관과 뇌를 연결하는 부맥(部脈)과 심장맥락총으로 연결되어 기억기능을 돕는 부맥이 각각 500개씩 있다. 제대맥락총에 있는 500개의 부맥으로부터 인체가 생겨났고 생식기신경총에서 시작된 500개의 부맥으로 자손이 만들어진다.
셋째, 결맥 또는 합맥은 그물처럼 우리 몸의 이곳저곳을 서로 연결해 준다. 결맥은 黑脈과 백맥(白脈)으로 나뉜다. 흑맥은 동맥과 정맥을 의미하며 생명을 유지하기 때문에 명맥(命脈)이라 불린다. 이 맥은 간에서 시작되며 간은 또한 24개 주혈관의 기시점이 된다. 간은 근조직과 혈액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24개 주혈관중 8개는 체내 오장육부로 연결된다. 그리고 사지와 연결된 외부 혈관은 16개이다. 우리 몸에 사혈점은 77곳이 있고 사혈하면 위험한 취약한 혈관이 112개 있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360개의 작은 부혈관들이 우리 몸에 있다.
백맥은 오늘날의 신경계인데 뇌 척수 및 신경로로 이루어진다. 줄기는 뇌에 있고 아래로 뻗어나가며 대략 19갈래의 백맥이 만들어진다. 심장과 소장으로 연결된 백맥 4갈래는 룽의 기능을 돕는다. 폐 대장 간 및 담낭과 이어진 백맥 4갈래는 티빠의 기능을 돕는다. 위 지라 콩팥 및 방광과 연결된 백맥 역시 4갈래 있는데 베껜의 기능을 돕는다. 생식기관에 이어진 백맥은 하나. 나머지 6갈래 백맥은 외측으로 연결된 관장맥(管狀脈) 보맥(寶脈) 그리고 마비맥(痲痺脈) 각 한 쌍씩이다. 부백맥(副白脈)도 11갈래 있다.
넷째, 유명맥은 생명 에너지가 돌아다니는 맥이다. 티베트의학에서는 생명력의 에너지는 과거 생의 업과 현생에서의 섭생과 행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였다. 우리 몸에는 수명에 영향을 주는 생명력 에너지가 세 가지 있다고 한다. 그 첫째는 우리 온몸을 순환하는 열기(熱氣)이다. 열기는 위 장 그리고 결장뿐만 아니라 7대 신체구성 성분 특히 혈액에 있다. 이 열기는 우리 몸을 덥혀주고 감기와 오한을 막아주며 활력을 주고 생명을 유지시켜 준다. 나이가 들어가며 열기는 점점 식어가고 쇠잔케 된다. 열기가 완전히 소진되어 우리 몸이 식으면 그게 죽음인 것이다. 둘째는 호흡과 더불어 순환하는 생명력 에너지다.
마지막 셋째 생명력 에너지는 명정(命精-生命精髓)으로 주로 심장에 위치해 머리에서 발끝까지 30일 월주기(月週期)로 순환한다. 남성의 몸에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여성에서는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순환한다. 이 명정의 정확한 운행과 행방을 알아야 사혈이나 뜸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음력 초하룻날은 명정이 남자에게서는 왼쪽 엄지발가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그래서 이때 그 왼쪽 엄지발가락에 뜸을 뜨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티베트의서에는 음력 초하룻날 좌측 엄지발가락을 시작으로 초이튿날 좌측 발목 초사흘 좌측 장딴지 초나흘 좌측 무릎…27일 우측 장딴지 28일 발목뼈 29일 우측 발목 그리고 마지막 말일에는 온몸으로 이동하는 명정의 순환경로가 날짜별로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아주대교수· 한국티베트의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