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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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윤회와 영생/서울대 전기공학부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특히 인간의 줄기세포를 체세포(우리 몸의 각 부분으로 분화된 세포)로부터 배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기술적 발전이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머리카락, 뼈와 같이 각 부분으로 분화되기 전인 줄기세포가 가지고 있는 능력, 즉 몸의 어느 부분도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은 세포의 노화나 암 등에 의해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람의 사망이 몸의 모든 부분이 동시에 사망하기 때문이라기보다, 어느 한부분의 노화나 이상에 의해서 초래된다는 점에서 줄기 세포의 가능성은 엄청나다. 이상이 생긴 세포를 갈아 끼울 수 있는 장기를 당사자의 줄기세포로부터 제조할 수 있다면, 사람의 수명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고, 이론적으로는 영원히 살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이다.
많은 생명과학자들이 세포노화의 원인규명이나 스스로의 수명을 아는 세포의 메커니즘을 속이는 방법발견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되는 이유다.
줄기 세포 배양에는 인간의 난자가 이용된다.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후, 배양하고자 하는 세포핵을 삽입한 후 전기 충격 등을 행해 주면, 세포핵은 자기가 배아 세포인 줄로 착각하고 다시 분열을 진행한다. 실험을 위해서 난자를 이용해도 되는가에 대한 윤리적인 우려, 그리고 계속 분열을 시키는 경우 결과물로서 인간이 복제될 수 있는 점(최근에 개는 복제했다)에서 큰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신을 믿는 종교에서는 이러한 생명의 복제를 창조에 대한 도전이라고 해서 싫어한다. 인간뿐 아니고 삼라만상의 생명을 귀중히 여기는 전통을 가진 불교에서 생명 복제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이상스러운 일이다.
아마, 생명복제라는 과학적으로 복잡한 문제와 깨침의 전통과의 접점을 찾는 데서 생기는 어려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무한히 자기의 DNA같은 생명체를 계속 만들어 내는 것과 인간이 추구했던 영생은 같은 개념일까, 다른 개념일까. 자기의 체세포로 복제된 눈이나 귀, 그리고 뇌세포를 갈아 끼움으로써 영원히 죽지 않는다면, 인간의 ‘고’는 없어지는 것일까.
십년 전만 해도 하지 않아도 될 고민에 대해서 앞으로 계속 마주하게 될 것이다. 불교도에게는 다시 한번 부처님법에 대한 전진적인 이해의 단초를 제공할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영원히 산다는 의미를 되새겨 보도록 하자. 과연 죽지 않고 사는 것이 인간이 그렇게 추구했던 영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한히 죽지 않고 산다는 가능성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숙제에 부딪칠수록, 육체가 나고 죽는 것이 생사가 아니라 ‘한 생각 일어나고 없어지는 것’을 생사라고 한 나옹 선사의 선시(禪詩)가 얼마나 커다란 지혜를 담고 있는가에 대해서 새삼 놀라게 된다.
200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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