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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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진짜 무서운 아줌마 선지식들/원철 스님(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이 아이는 어디에서 왔습니까” 묻고는 암두 선사가 답변 못하자 자식 물에 던져

30~40년전 처음으로 삼천배 수행법이 나왔을 때만 해도 정말 대단한 아줌마 보살들 말고는 감히 어느 누구도 도전해 볼 생각조차 못했다. 하지만 요즘은 삼천배 보살은 보통이고 ‘만배 보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을 것이다. 어머니의 강한 힘은 물론 자식사랑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강한 어머니도 지나치게 ‘내 새끼’에게만 집착하여 체면불구한 상태가 된다면 그 순간 남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얼굴 두꺼운 ‘아줌마’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선어록에는 정말 무서운 아줌마들이 많이 등장한다. 어록에는 ‘노파’ 라고 되어있지만 조금 젊게 보이도록 아줌마로 바꾸었다. 물론 그건 그녀의 수행력이 만만찮아 납자들을 버겁게 하는 아줌마들이다.
덕산선감(782~865) 선사의 <금강경> 답변이 시원찮아 돈을 줘도 떡을 팔지 않고서 쫄쫄 굶긴후 인연 있는 선지식인 용담숭신(782~865) 선사까지 지정해주고서 찾아가게 하는 떡장수 아줌마가 가장 유명하다.
토굴에서 수십년 동안 납자를 시봉하다가 어느 날 그의 공부경지가 별볼일 없음을 확인한 후 인정사정없이 내쫓고 암자에 불을 지른 열혈아줌마도 그 못지않다. 가는 곳마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한소식한 아줌마들 때문에 선종 승려들은 공부를 하지 않고는 만행은 물론 탁발조차 마음놓고 나갈 수 없다. 언제 강적(?)을 만나 얼굴 붉히는 무안을 당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뭐니뭐니 해도 제일 무서운 아줌마는 암두전활(828~887) 선사가 만난 여자일 것이다. 그 때 암두 선사는 회창법난을 피해 속복차림으로 한양(漢陽)에서 뱃사공노릇을 하고 있었다. 차안에서 피안으로 모든 사람을 건네주는 것을 수행으로 삼고서 그렇게 살고 있었다. 강 양편에 세워놓은 나무판자를 두드리는 것이 뱃사공을 부르는 신호였다. 그것은 시대의 목탁이 되어 늘 깨어있어야 함을 스스로에게 경책하게 하는 또 다른 방편이기도 했다.
어느 날 어떤 아줌마가 아이를 안고서 강을 건너가고자 목판을 두드렸다. 선사는 움막에서 나와 춤을 추고 노를 흔들면서 나왔다. 난세이지만 그래도 날마다 좋은 날이라는 자기표현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때 추상같은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되지도 않는) 춤은 그만두고 묻는 말에나 대답하시오. 이 애는 어디서 왔습니까?”
물론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의 본래소식을 묻는 질문이다. 어렵쇼! 이게 뭐야. 뭘 알고서 묻는 거야. 무시하듯 가볍게 성의없이 형식적으로 노로써 뱃전을 두드리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아줌씨가 보니 그건 아니었다. 소문 듣고서 뭐 좀 아는줄 알고 왔더니 맹탕이구나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순간 암두 선사는 긴장했다. 다시 그 아줌마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일곱 아이를 낳았는데 여섯 명을 이미 물 속에다가 던져 버렸습니다. 이 아이가 온 곳을 답변하지 못하면 이 아이마저도 물 속으로 집어 던져 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 암두 선사는 앞뒤가 꽉 막혀버렸다. 이는 ‘남전참묘’ 즉 남전 선사가 고양이를 베어버린 그 일보다도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깜깜. 그러자 그 아줌마는 말했다.
“내가 일곱 번째도 지음자(知音者)를 만나지 못했으니 이놈 하나도 살리지 못하겠구나” 하고는 아이를 바로 물 속에다가 던져버렸다. 물론 암두 선사의 얼굴빛은 보나마나 하얀 백지장이 되었을 것이다. 무서운 아줌마 선지식은 토끼 같은 자식마저도 납자들의 공부를 위해 과감하게 내놓았다. 그것도 하나 둘도 아니고 자그마치 일곱명이나…
조주 선사의 ‘남전참묘’ 답변은 짚신을 머리에 이고 방안을 나가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일곱번째 아이를 살릴 수 있었을까?
대답은 각자에게 맡겨야겠지.
200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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