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2일 금강산 신계사에서는 분단이후 최초로 ‘6·15 공동선언 실천과 조국통일 기원 남북 불교도 합동법회’가 열렸다.
최근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열린 이번 법회는 남북의 재가불자들이 처음으로 함께 모여 부처님 앞에 하나임을 확인하고 조국통일의 대열에 함께 나설 것을 다짐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실로 크다고 하겠다.
이 땅의 불교가 남북통일을 위해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 하는 화두는 전통적으로 조국의 문화와 자주를 지탱해온 우리 불자들에게 시대적 명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 우리 남북의 모든 불자가 통일보살이 되어야 한다는 라영식 조불련 신도회장의 주장은 설득력 있게 들린다. 우리 불자들은 곧잘 서산·사명대사의 순교적 구국정신을 되뇌이곤 한다.
그러나 한국불교는 조국분단의 극복을 위해 과연 얼마나 통일보살로서의 순교적 활동을 해왔던가? 부끄럽게도 분단조국의 현실에 그동안 불교계의 관심은 매우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불교가 통일의 밑거름이 되고 통일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려면 먼저 이렇듯 알량하기 짝이 없었던 불교계의 통일의지부터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각설하고, 이번 합동법회를 지켜보면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남북불교도 공동성명 내용이 일본의 신사참배, 역사왜곡, 독도문제만 규탄하고 끝남으로써 마치 남북분단의 책임을 일본에게 전가하는 듯 느껴졌다는 것이다. 6·15공동선언과 조국통일은 외세규탄만으로 성취되지 않으며, 기원만으로도 성취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통일보살이 될 것을 사홍서원과 똑같이 서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서원은 순교적 실천에 다름 아니다.
이번 법회를 계기로 우리 남북 불교도간의 만남과 교류를 더욱 자주 가져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하나임을 재확인하고 조국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아내 실천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오늘 통일보살로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