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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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지팡이의 노래/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부처님께서 탁발하러 이른 아침에 성에 들어가셨다가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밥을 빌러 다니는 모습을 보셨습니다.
“당신은 이제 집에서 편히 자식들의 부양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어찌하여 지팡이를 짚고 걸식하러 다닙니까?”
부처님의 질문에 노인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하였습니다.
“저에게는 아들이 일곱 있습니다. 다들 장가를 들었고 저는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게는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아들들은 한결같이 저를 부양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밥을 빌러 다닐 수밖에요.”
노인의 딱한 사정을 들으신 부처님께서 그에게 제안하셨습니다.
“내가 지금 노래를 한 곡 들려주겠습니다. 잘 외웠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였을 때 대중 속에서 꼭 이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알겠지요?”
노인이 마다할 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곧 노래를 불러주셨습니다.

아들을 낳고서 너무나 기뻐
오직 그를 위해 재산을 모으고
모두 장가를 들였더니 이제는 나를 버리는구나.
말로만 부모 위한다 할 뿐
죽을 때 되니 나를 버리는구나.
말구유에 보리와 곡식이 가득한데도
양보하려는 마음이 없어
늙은 말을 밟아서 쫓아내는 젊은 말과 뭐가 다른가.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없어서
아비를 버리고 구걸하게 만드는 내 아들들은
나를 사랑하는 이 지팡이만 못하구나.
이 지팡이 있으면 개와 염소도 다루고
다닐 적엔 나를 도와주고
어둔 밤에는 나의 벗이 되네.
개천 지날 때면 깊이를 알려주고
넘어지면 지팡이를 붙잡고 일어나니
못된 자식들보다 말없는 지팡이가 낫네.
이 지팡이만이 나를 아껴 주고 생각하네.
노인은 노래를 완전히 외웠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마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자기 일곱 아들이 다 와있는 것을 보고 그곳으로 가서 사람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노래 한 곡 부르리다. 한번 들어봐 주오.”
그리고 나서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일곱 아들은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를 끌어안았습니다. 늙은 아버지의 입에서 흘러나온 노래를 듣고 자기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를 그제야 똑똑하게 알아챘던 것입니다. (별역잡아함경제13권)
경에는 그 뒷이야기도 실려 있습니다. 아들들은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다 예전의 자리에 앉혀드렸습니다. 아주 질 좋은 천으로 옷도 해드렸습니다. 예전의 행복을 되찾은 노인은 아들들이 만들어준 옷 중에 가장 좋은 것을 부처님께 들고 가서 공손히 바쳤다고 합니다.
자식 여럿 있는 어머니는 버스에서 죽고, 아들 하나 있는 어머니는 현관문 밖에서 죽고, 딸 하나 있는 어머니는 싱크대 앞에서 죽는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제 어머님 세대 분들에게서 들었습니다.
자식이 여럿 있으면 서로 모시지 않으려 하니 이 집 저 집 떠돌다 길에서 인생을 마감하고, 아들 하나 둔 부모는 자식 눈치 보느라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딸 가진 부모는 마지막까지 딸내미 살림살이 살아주느라 허리가 휜다는 뜻이겠지요.
그런 희생이 부모의 마땅한 도리라고 간단히 치부된다면 자식의 마땅한 도리도 올곧게 지켜져야 할 겁니다. 그런데 항상 자식은 부모의 도리에 기대기만하고 스스로의 의무는 외면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님은 어떻습니까?
행복은 생사의 거친 흐름을 건너 저쪽 언덕에 있다고 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번뇌요, 먼지뿐이라며 어서 건너가라고 부처님은 손짓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부처님이 사람들 품에 안겨준 행복은 그들이 있어야 할 자기 자리를 어서 찾아가 당연히 누려야 할 끈끈한 정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노인은 젊은이들로 북적대는 가정으로, 버려진 아이는 푸근한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피안의 행복임에 틀림없습니다.
200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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