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며, 계율은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다. 계율을 수지하지 않고 깨달음을 구한다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얻으려는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생존해 계실 때는 모든 것을 낱낱이 경계의 말씀을 일러주시고 일깨워주셨으며, 열반하실 때 “계를 스승으로 삼으라”고 당부하셨다. 그러므로 불자들은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계율을 부처님 모시듯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수계산림은 출가와 재가의 계단법에 따라 개설되어 왔다. 출가와 재가의 공동체적 대중법회로 시행되는 ‘동화사계율대법회’는 매우 귀한 자리다. 이번 법회가 대중에 중요시되는 몇 가지 의미를 짚어보자.
첫째, 불교의 교단사적 입장에서는 매우 값진 법회라 할 수 있다. 한국불교가 1700여년의 오랜 전통을 가졌다고 하지만 정통성을 주장할 수 있는 교단사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사실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다. 따라서, 불교교단은 율장정신에 따라 출가인 비구·비구니와 재가인 우바새·우바니로 구성되어 상호의존하면서 수행과 교화를 통한 깨달음의 길로 함께 정진하는 공동체적 신행단체임을 인식하고 교단의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계율의 성립과정과 남·북방 율전에 담긴 계율의 참뜻을 이해하여 불자로서의 긍지를 높일 수 있다. 사실 재가불자라고 하지만 불자가 되는 첫째 조건은 계율의 수지임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차에 율전을 통한 출가와 재가의 위상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계맥은 법통이다. 부처님으로부터 우바리존자에게 전수된 계맥이 오늘날까지 전수되어 오늘날 불교를 수행하는 모든 불자가 존재하고 있다. 한국 불교의 계맥을 확실히 인식한다는 것은 한국 불자로서의 정통성을 확인하는 계기라고 할 수 있다.
넷째, 계율의 사회화를 통한 사회정화운동이다. 불교의 계율이 출가자만의 계율이 아니라 사회의 그 어떤 사람들이라도 계율을 수지한다면 깨달음의 성취로 정토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동화사 계율법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