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결성되어 광복 이후의 혼란한 불교를 바로 세우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전국신도회로부터 따지면 조계종 신도운동의 역사는 올해로 50년이 된다. 그만한 역사라면 이제 우리의 신도운동이 본 궤도에 올라 왕성한 활동으로 재가신도의 위상과 역할을 드높이고 있어야 할 터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중간에 정권ㆍ종권과의 유착 등 일탈로 말미암은 침체기가 길었기에, 이제 중앙신도회로 거듭 나서 새롭게 신도운동의 틀을 잡아나가고 있는 중이라 하겠다. 우리의 신도운동은 그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한층 더 큰 서원아래 불퇴전의 정진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명암이 엇갈리는 신도운동의 흐름 속에는 우리 신도운동의 방향에 대한 몇 가지의 제시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재가 신도운동은 출가자의 부속물이 아닌 또 하나의 주체로서의 위상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신행과 조직이라는 두 측면에서 모두 필요하다. 우선 재가조직이 출가승단을 진정으로 외호하기 위해서도 종권과 연결되지 않은 자주적 위상이 필요하다. 출가인이 하나의 승단에 소속되는 것처럼 신도들도 단일한 신도회의 조직에 소속돼야 하고, 그것이 전국적인 조직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도의 의무와 역할, 그리고 권리가 분명하게 규정돼야만 한다. 신도 개인으로서의 의식과 사명을 지니게 하고, 신도 조직이 바른 위상을 지닐 수 있도록 하는 이러한 기초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다음으로 신행의 차원에서도 재가자를 위한 학습과 수행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출가자에 해당하는 수행과 신행을 그대로 재가자에 요구하는 것은 재가자들을 좌절하게 하고 불교의 주체가 되기를 포기하게 한다. 신도를 위한 학습과 수행의 과정을 새롭게 개발하여 신도들이 진정한 불교의 주체로서, 사부대중의 일원으로 바로 서게 하는 일이 신도 운동의 근본이 된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물론 출가 승단이 중심이 되어있는 현실 구조 속에서 이러한 이상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신도운동의 중심 중앙신도회와 종단이 함께 힘을 합하여 이 길로 올바로 나아가는 오늘이 있어야 미래의 건강한 사부대중 공동체가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