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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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사/임연태(편집·취재부장)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나옹 스님)

어느 교수님과 통화를 했다.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유달리 쾌활한 목소리가 그에게 뭔가 좋은 일이 있는 듯 했다. 업무 이야기를 마무리 할 때 쯤 그는 말했다.
“드디어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다음 여름부터는 시골에 가서 살려고 합니다. 고향 쪽에 땅을 조금 확보 했는데 거기 가서 자연과 더불어 사람 사는 맛을 누리며 살아 볼 생각입니다. 거기 가면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생각하게 되지 않겠어요?”
그 교수님의 밝은 기분은 이미 어느 산골마을의 푸르름을 닮아 있었다. 귀거래사를 지어 부르며 즐거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교수님의 모습을 상상하며 부러울 뿐이라는 말로 축하를 대신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 재미있는 일 아닌가. 돌아갈 곳이 있어서 즐겁다는 것의 반대쪽을 들여다보라. 우리는 어디론가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현실도피의 욕망이든 동물적 회귀본능이든 요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항상 어디론가 돌아가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은 삶의 희망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돌아가야 할 곳은 ‘어디 먼 곳’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여기에서 혼탁해 지려는 나를 청정법신으로 고쳐보려는 노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돌아갈 아름다운 곳도 주어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200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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