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 이어 혼령이 씐 병증들을 계속 살펴보겠다. 티베트의서에 나와 있는 열여덟 종의 혼령 중 열 번째는 물주전자형(形)혼령이다. 이 영이 씐 환자는 표정이 매우 굳어지고 걸음이 극히 느리며 음낭이 부어오른다. 열한 번째는 저주를 내리는 혼령이다. 이 영이 씐 환자는 손에 흙이나 나무를 항상 들고 알몸으로 뛰어다니며 입버릇이 험해진다. 열두 번째는 정신을 흩뜨리는 혼령이다. 이 영이 든 환자는 항상 물을 마셔대고 투덜거리며 식욕이 사라져 버린다.
열세 번째 혼령은 좀비혼령인데, 이 영이 씌면 잠귀신이 붙은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졸고 자기 한 말은 다 진실이라고 우겨대며 오한이 멈추지 않는다. 열네 번째는 조상혼령인데, 망자의 혼령이 유족에게 씌어 마치 망자처럼 행동하고 말하며 입은 항상 말라있다. 빛을 못견뎌하며 항상 눈을 떠볼 생각을 않는다. 이 혼령이 씐 환자의 한 가지 재미있는 특징은 옷을 입을 때 항상 왼쪽부터 입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혼령 외에도 교사(敎師)혼령 은자(隱者)혼령 신의(神醫)혼령 그리고 탄트라혼령들이 있다. 이들 네 혼령들은 주로 악신으로 다른 사람을 害하려 조화를 부린다. 그래서 치료가 비교적 잘 되는 위의 열넷 혼령들과는 달리 이들 네 혼령이 씐 환자는 치료가 매우 어렵다.
이상에서 살펴본 18가지의 혼령들은 우리들의 의식 속으로 들어와 우리의 몸짓 언행 그리고 사고를 변화시킨다. 그래서 혼령이 씐 환자들은 흐리멍덩 초점을 잃고 부산을 떨며 안달을 부리고 혼미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모든 질병은 세 기본에너지의 균형이 깨져 건강을 잃게 됨으로써 발병된다고 하였다. 이제부터 질병이 우리 몸에 유입되어 이동하는 경로들을 살펴보겠다. 먼저 병은 피부를 시작으로 피부를 따라 퍼진다. 그리고 근조직으로 파고든다. 그런 다음 혈관과 신경을 통해 몸속을 이동하다 뼈와 골수를 침범한다. 오장(五臟) 즉 심장 간장 폐장 비장 그리고 신장으로 번진 다음 위장 소장 담낭 방광 대장 생식기 육부(六腑)로 내려간다. 한편, 병은 세 기본에너지별로 별도의 경로가 있는데, 룽(병)은 뼈(骨) 귀(耳) 살갗(皮膚) 염통(心臟) 핏줄(血管) 신경 그리고 큰창자(大腸)를 통해 움직이고 때빠(병)는 피(血液) 눈(眼) 땀(汗) 간(肝) 쓸개주머니(膽囊) 그리고 작은창자(小腸)를 타고 이동한다. 마지막으로 왜껜(병)은 필수영양소 살(筋肉) 지방(脂肪) 골수(骨髓) 재생액(再生液) 코(卑) 그리고 혀(舌)를 통해 움직이며, 아래쪽으로는 배설(排尿排便) 허파(肺) 지라(脾臟) 콩팥(腎臟) 그리고 오줌보(膀胱)로 연결된다.
병이 일단 우리 몸을 침범하면 나이 장소 및 시간이라는 세 요인의 영향을 받게 된다. 늙은 사람은 노화로 전반적인 신체에너지 즉 기력이 쇠하여 룽(病)에 잘 걸리기 쉽다.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지는 것도 기력이 떨어진 탓이다. 어른(성인)들은 기력이 (最高) 정점에 달아 뜨거운 때빠(病)에 잘 걸리기 쉽다. 젊은이들이 패기와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는 것은 정점에 달한 기세 탓이다.
아이들은 전반적인 신체에너지가 예민하고 아직 발육중이라서 왜껜(病)에 취약하다. 아이들이 잠이 많은 이유도 신체에너지가 민감하고 발달 중이기 때문이다.
장소와 관련해서는 차갑고 바람 많은 지역에서 룽이 성해 쌓이고 덥고 건조한 곳에서는 때빠가 발달해 성하며 습하고 눅눅한 지역에서는 왜껜이 발달해 쌓인다.
마지막으로 시간적 요인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룽(病)은 여름 밤 그리고 새벽에 발현한다. 그래서 룽병 약은 아침저녁으로 복용하도록 처방을 내린다. 때빠(病)는 가을 자정 그리고 정오에 발병된다. 때문에 때빠병 약은 한낮과 한밤중에 복용하도록 처방한다. 마지막으로 봄철 해질 무렵 그리고 아침으로는 왜껜(病)의 병증이 발현되며 약은 아침저녁으로 먹도록 처방한다.
다음 회부터는 세 기본에너지 일곱 신체 구성성분 그리고 세 배출기능들이 각기 균형을 잃었을 때 어떠한 징후나 병증들이 나타나게 되는지 경우별로 상세히 살펴보겠다.
■아주대 교수· 한국티베트의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