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물 살상, 정진 소홀 등은 ‘혼령에 씔 수 있다’
의식 절차 따라 진언 외우고 불경 독송하며 치료
습기여름은 칠팔월로 환경적 성정이 서늘하고(凉) 지성(脂性)이 된다. 만약 체질이 때빠 형(型)인 사람이 뜨겁고 맵고 시큼한 성미(性味)의 음식을 많이 먹고 힘든 육체활동을 많이 하게 되면 몸에 때빠가 쌓이게 된다. 구시월 가을로 접어들면 기후적 성정은 따뜻하고 지성(脂性)으로 변해 때빠를 더욱 악화시키게 됨으로써 때빠장애의 병증이 드러나게 된다. 두통 고혈압 그리고 피부질환의 발적확장(發赤擴張)과 같은 병증이 바로 그것이다. 초겨울은 동지섣달에 해당하는데 기후적 환경이 차가워져 때빠를 중화하여 진정시키게 된다. 늦겨울은 정이월로 환경적 성정이 차갑고 무거우며 둔하고 기름지다. 이 절기에 체질이 왜껜형(型)인 사람이 찬음식과 날음식을 많이 먹고 운동을 게을리 하게 되면 왜껜이 축적되게 된다. 삼사월 봄에는 기후적 성정이 따뜻하여 왜껜장애가 병기(病氣)를 드러내 소화기질환 천식 감모 유행성감기(인플루엔자) 그리고 과체중 같은 병들이 생기게 된다. 건기여름은 오뉴월에 해당하여 환경적 성정이 가볍고 건조하여 왜껜을 중화하여 진정시키게 된다.
티베트인들은 혼령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티베트의사들은 진단이나 처방에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차도를 보이지 않으면 혼령이 씐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환자들은 혼령을 내모는 전문적인 무의(巫醫)에게 보낸다. 그러면 무의들은 엄숙한 절차와 의식에 따라 진언을 외우며 불경을 독송하여 환자의 몸에서 혼령을 몰아낸다.
다른 유정물(有情物)을 살상한다든가 보시(布施)와 정진에 소홀하여 계율을 어긴다든가 신령(神靈)들의 상을 훼손하고 욕된 말을 한다든가 아무 득이 되지 않을 언동이나 신체활동이 지나치다든가 정신적 고통으로 잠시도 편할 날이 없다든가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끊고 홀로 떨어져 사는 짓과 같은 무가치한 행위를 자주 범하면 혼령이 씔 수 있다. 티베트 의서(醫書)에 따르면 혼령에는 열여덟 가지가 있어서 사람에 씌면 저마다 독특한 양상으로 신체증상을 드러낸다고 한다.
첫째, 욕계신 령(欲界神 靈)으로 이 혼령이 씌면 청결강박증으로 시도 때도 없이 손을 씻어댄다거나 항상 흰색 옷만 고집하는 편집적 습성, 방언, 식욕상실과 같은 증상들을 보일 수 있다. 둘째, 반신계 령(半神界 靈)으로 이 영이 들면 육고기와 술을 좋아하게 되고 성질이 포악해지고 고집불통이 되며 쉴새없이 지껄여 대며 사람들의 눈을 정면으로 바로보지 못하고 흘겨보는 증상들을 보이게 된다. 셋째, 후식 령(嗅食 靈)으로 이 영이 씌면 외모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틈만 나면 옷을 바꿔 입고 향수나 음악에 푹 빠져들며 빨간색을 유독 선호하는 증상들을 보일 수 있다. 넷째, 수 령(水 靈)으로 이 영이 깃든 환자는 눈빛이 붉어지고 육고기와 우유를 좋아하게 되며 갈증이 심해 끊임없이 입술을 핥고 침을 흘려대며 절대 똑바로 눕거나 옆으로 자지 않고 엎드려 자는 증상을 보인다. 다섯째, 산 령(山 靈)으로 이 영이 씐 환자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속삭이듯 말을 하며 걸음이 급하고 의사를 싫어하며 물고기를 좋아하는 증상들을 보일 수 있다. 여섯째, 범천 령(梵天 靈)으로 이 영이 씌면 항상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려하고 거짓으로 책이나 경서를 읽는 척하고 신체적 자해와 흉기로 다른 사람을 위협하는 짓을 저지르며 큰 소리로 계속 웃어대는 증상들을 보이게 된다. 일곱째, 식인 귀신(食人 鬼神)으로 이 귀신이 씌면 남에게 독설을 퍼붓고 힘이 장사 같고 붉은 육고기 옷가지 보석 그리고 꽃을 좋아하며 고함을 질러대고 청결과는 담을 쌓아 지저분해지며 아무 의식없이 야밤중에 길을 배회하는 증상들을 보일 수 있다. 여덟째, 생식 령(生食 靈)으로 이 영이 깃든 환자는 수줍음과 죄의식이 지나치고 짜증을 잘 부리며 항상 배고파하고 말타기와 나무타기를 좋아한다. 아홉째, 걸신 령(乞神 靈)으로 걸신 영이 씐 환자는 몸 특히 수족이 가늘게 여위어가고 겁에 질려 신경질적이며 의심이 많아지고 잔소리가 심해지며 즐겨먹던 음식도 입에 대지 않는 증세들을 보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