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병원+한방병원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2000년 10월에 착공하여 2002년 12월에 건물공사를 마치고도 2년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대단한 산통(産痛)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시간이다.
그에 비례하여 출산의 기쁨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작정 손뼉만 칠 수 없는 것이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7월 19일로 예정된 한방병원의 개원, 인사문제, 차입금에 의존해야 할 1000억 원의 개원 준비금 등이 그것이다. 특히 재정 문제는 조기 흑자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 동국대의 동반 부실을 불러올 수도 있다.
최대한 낙관적으로 전망하면 병원 운영만 잘 되면 모든 문제는 일거에 해결될 수 있다. 인구 100만 명의 고양·일산권은 이미 의료 공급 포화상태다. 병원 당국에서는 “지역에 뿌리를 두면서도 전국적이고 국제적인 병원으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원론적인 계획일 뿐이다. 매머드급 종합병원치고 ‘전국화·국제화’를 지향하지 않는 곳은 하나도 없다. 1차적으로 지역 사회와 1000만 불자들의 기대에 최대한 부응해야 한다. 손에 잡히는 고객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잠재 수요를 자극할 수 없다. ‘타깃 마켓의 사이즈는 작을수록 좋다’는 마케팅의 고전적 경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동국대학교병원+한방병원은 ‘일산불교병원’으로 불리어 왔다. 그런데 최종 공식 명칭에서는 ‘불교’가 빠졌다. ‘불교병원’이라는 명칭이 병원경영에 부담된다는 판단에 따라 동국대 이사회에서 결정한 것이지만 아쉬움이 많다.
명칭이야 어찌됐건 동국대학교병원+한방병원은 분명 불교병원이다. 설립과정에는 불자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하기도 했다. 불사(佛事)를 표방했던 것이다. 조계종립대인 동국대가 아닌 일반 사학이었다면 발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동국대학교병원+한방병원은 불교의 가르침에 투철해야 한다. 세상의 아픔에 자비로 대응하는 부처의 화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최선의 의료 서비스요 최상의 경영이 아닐까. 불교를 내세우는 데 주저하지 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