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불자모임인 정각회가 창립 일주년 기념법회를 가진다. 또 열린우리당 불자의원 모임인 이타회가 창립법회를 했다.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불자 국회의원들의 조직적 활동이 이를 계기로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게 된다.
정치가 잘되고 못되느냐가 국민의 행복과 고통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이기에 불교적 이념을 정치에 올바르게 펴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그런 까닭에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불자들의 활동이야 말로 불교적 이념을 정치에 반영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불교의 영향력이 약한 것은 불교계 전반에 걸친 정치적 의식과 조직적 활동의 취약성 때문이다. 단지 정치인 불자들을 규합하는 것으로 정치를 통해 불교적 이념을 구현하는 조직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불교가 적극적으로 현실에 맞는 정치적 이념을 창출해 정치인들에게 공급해 주어야 한다. 불교계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올바른 정치인이 될 수 없다는 의식이 일반화돼야 한다는 말이다. 나아가 정치인들의 활동을 평가하고 정치적으로 반영하는 틀도 갖춘다면 불자정치인들의 활동이 힘을 얻고 조직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반 여건이 골고루 성숙되어 나가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시발점은 역시 정치인 불자들의 자각과 단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주체적인 활동을 통해 불교계가 관심을 가지고 응답을 해야 할 정치적 문제들이 제시되고, 불교적 이념을 각 당의 정치적 이념과 조화되는 정강 정책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자 정치인들의 친목단체이거나 불교계의 직접적인 이해를 반영하는 창구가 아닌, 진정한 불자 정치인들의 모임을 이상으로 하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정치적 이해타산이 우선되는 현실의 정치풍토에서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어려운 줄은 알지만, 큰 이상을 향해 나갈 때 오히려 작은 어려움이 극복될 수 있다는 말로, 새로운 전기를 추구하는 정각회와 새 출발을 하는 이타회에 천만 불자들의 기대와 격려를 전한다. 교계에서는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범 종단적 정책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불자로서의 자긍심을 지니고 활동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는 구체적 지원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기에. ■성태용(건국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