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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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동방불교대 교수)-수류탄 맞은 ‘인성교육’
최근 전방부대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우리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참혹하게 꺾여버린 20대 초반 젊은 아들들의 아까운 인생들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
‘이 나라가 싫다,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라는 절규가 어찌 몇몇 부모님들만의 심정이겠는가. ‘이대로는 안 된다, 이 사회를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는 위기의식에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진상과 원인을 두고 여러 조사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육군당국은 사건을 일으킨 병사의 군 부적응과 심리장애가 사건의 주된 원인인 것으로 발표했다. 유가족과 사회일각에서도 사고자의 비정상적인 인성과 심리적 장애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전문가들은 컴퓨터 게임과 관련된 이상(異常)심리-리셋(reset) 현상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마음에 안 맞으면 확 판을 깨버리고 다시 시작하려는 심리적 기제를 일컫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고의 원인이 단순히 우발적인 충동이나 병영문화의 전근대성에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현대사회의 심리적 특성, 지식정보화사회의 심리적 특성과 보다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총기난사 사건은 더욱 엄중하게 고찰되고 처방되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사고자가 지녔을 것으로 추정되는 심리적 기제들이 이미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현상으로 보편화되고 광범하게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군대 부적응 병사들이 17%를 넘어서고 있다는 통계가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총기난사 사건과 유사한 사회병리적 사건들이 군대나 사회에서 이미 빈번하게 발생해 왔고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폭력과 인격모독을 수반하는 병영문화의 전근대적인 부조리는 어느정도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인간성의 문제, 인간교육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병영문화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사고자가 좀 더 자제력 있고 통찰력 있었다면 이런 비극은 회피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가 평소에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하여 좀 더 깊은 철학적 신념을 가지고 주변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열린 태도를 지니고 있었더라면 동료를 향하여 수류탄을 투척하는 극단적 행위는 극복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 시대의 모든 젊은이들에게로 환원되는 보편적 과제인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 젊은이들이 이러한 인간성, 인간적 가치를 증득할 수 있는 적절한 인간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없는 이 시대 사회구조에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젊은이들, 자녀들은 거의 자기 제어장치를 갖추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가정에서 부모들이 가정교육을 거의 포기하고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인성교육을 거의 포기하고 마을에서 어른들이 사회적 훈육을 거의 포기하고 있다. 그 허점을 사이버 문화가 점령해가고 있다.
사이버 세계가 현실 세계를 대체하고 기계적인 원리가 인간적인 윤리를 대체하고 가상의 세계가 실상의 세계를 대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자녀들은 이미 비(非)인간화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 사회가 비인간화의 폭류 속에서 휩쓸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출산률·이혼률·낙태율이 세계 첨단을 달리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인간성 회복, 인간교육 회복. 이것은 결코 낡은 구호가 아니다. 우리가 모두 나서야할 시대적 과제이다. 한국 불교가 발 벗고 나서야할 긴급한 시대적 화두인 것이다. 이것 말고 달리 길이 없지 않겠는가?
200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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