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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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타인의 잘못을 지적하는 방법/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잘못한 이를 향한 분노가 마음을 차지하면
해답 못찾고 남과 자신을 해치게 됩니다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장로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부처님, 만약 수행자가 다른 이의 잘못을 들추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먼저 다섯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 첫째는 반드시 사실이어야 한다. 둘째는 조언할 때를 잘 알아서 말해야 한다. 셋째는 이치에 합당해야 한다. 넷째는 부드럽게 말해야 한다. 다섯째는 자비심으로 말해야 한다.”
“하지만 진실한 말을 했는데도 성을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에게는 그것이 사실이며 자비로운 마음에서 말한 것임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말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리불이여, 만약 어떤 강도가 와서 그대를 묶고 그대에게 해를 입히려 한다고 하자. 그때 그대가 강도에게 나쁜 마음으로 욕하고 반항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강도는 그대를 더욱 괴롭힐 것이다. 그러므로 그때는 나쁜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나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이익이다. 마찬가지로 누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말하더라도 그에게 나쁜 마음을 일으키지 말라. 원망하기 보다는 불쌍한 마음을 일으켜라.”
“그러나 진실한 말을 해도 화를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만일 그가 아첨을 좋아하고 거짓되며 속이고 믿지 않으며 안팎으로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게으르고 계율을 존중하지 않으며 열반을 구하지 않고 먹고 사는 일에만 관심이 많다면 그와는 함께 하지 않는 것이 좋으리라.” <잡아함18권 거죄경>
얼마 전 서울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은 20대 여성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와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모았습니다. 저도 인터넷을 통해 그 여성의 얼굴까지 자세히 보았을 정도이니 이 사건의 정황과 그 여성의 사진이 전국의 네티즌들 사이에 얼마나 급속도로 번져나갔을지 상상이 갑니다.
생생한 현장 사진 여러 장과 함께 그녀가 주변 사람들과 주고받았던 거친 욕설로 얼룩진 사건 정황을 읽어가자니 마음속에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일었습니다.
‘어휴, 저걸 그냥….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가만 두지 않았을 텐데….’
이런 마음이 불끈불끈 치솟는 것을 억누르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 여자의 행위는 그렇게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과연 이 사건을 접한 수많은 네티즌들은 저와 똑같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 사진에 덧글을 달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이때부터였습니다.
분노를 삭이지 못한 얼굴 없는 대중에 의해 그 여자의 엉터리 신상명세가 마구 올라오고 그 여자에 대한 무차별 처벌이 가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앞의 사람이 좀 점잖게 비난의 글을 올렸다 싶으면 그보다 더한 욕으로 덧글을 달았습니다. 그 다음 사람은 그 욕보다 더 심한 욕을 올렸습니다. 그 다음 사람은 더 심한 욕이 생각나지 않아서인지 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그 여자 신상에 관해서 터무니없는 비방을 가했습니다. 그 비방에 또 다른 이가 욕을 덧붙였습니다.
대체 우리가 중요하고 심각하게 고민했어야 할 사건의 본질은 무엇이었습니까? 사람들 사이의 기본 윤리조차 서지 않은 현실을 고민하고, 공중도덕에 대한 불감증을 반성해야 할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해서는 별로 깊이 있는 의견이 나오지도 않은 채 결국 공중파 뉴스에서 ‘절제와 에티켓이 없는 네티즌’들을 걱정하는 정도에서만 이 사건은 다루어졌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왜 그리 분노하였을까요? 자기가 그만큼 화가 났음을 알리고 싶었던 것일까요?
혹시 뭔가 화풀이할 대상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저는 이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는 방법을 일러주신 부처님의 말씀을 항상 떠올리게 됩니다. 잘못한 행동을 한 여인에게 화를 내는 것은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릇된 것은 꾸짖어야 하고 그래서 다시는 똑같은 짓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잘못을 꾸짖는 사람의 마음속에 잘못한 사람을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보다 분노가 먼저 자리 잡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아무런 해답도 찾지 못한 채 그저 자신의 분노에 눈이 어두워져 남도 해치고 나아가 분노의 열기는 결국 스스로를 태우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앞에서 인용한 잡아함경은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했다>(장승, 126~127쪽)에서 전문 인용한 것임을 밝힙니다.
200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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