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대한민국 주권을 훼손하고, 편협하고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편찬하는 등 일련의 사태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긴장된 가운데, 일본 불교지도자의 한 사람인 한일불교교류협회 회장 미야바야시 쇼겐 스님이 6월 14일 예산 수덕사에서 열린‘제26차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 평화기원법회’에 참석해 사과발언을 했다.
그동안 일본의 지성들이 개인 자격으로 일본의 한국침략에 대해 반성·사과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그러나 일본 불교계가 과거의 침략에 대하여 사과·참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종교인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해외에서 의견을 표명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쇼겐 스님의 공식사과는 의미가 크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일본 우익인사들의 과거사에 대한 망언 때문에, 사실 이런 반성과 사과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우리가 일본의 정치인 혹은 우익 세력이 침략의 역사를 왜곡하는 망언을 진지하게 따지려면 합리적인 인사들의 사과와 반성도 경청하는 균형잡힌 태도가 필요하다.
쇼겐 스님은 “일본이 과거 한국을 침해한 역사적 사실에 대하여 깊은 반성과 참괴(慙愧)의 마음과 함께 다시 불미한 일을 일으키는 일이 없을 것을 맹세한다”는 진지한 반성문을 발표하고,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잘못된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일본인, 혹은 일본 불교도를 대표해서가 아니라, ‘불교도로서’ ‘반성’했으며, 사실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인도적 차원에서’ ‘참괴(慙愧)의 마음’을 밝혔다는 대목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스님이 말한 대로 ‘양국의 불교도들이 원한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면, 한국 불교계를 향해 발언하기에 앞서, 자국 정부를 향해 과거사 인정을 요구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이번의 사과와 반성 역시 ‘우리는 무수히 사과하고 반성했다’는 일본 정치인들에게 변명의 근거로 활용될 뿐이다. 과거사의 족쇄를 풀지 않고는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건 개인에 있어서나 국가에 있어서나 영원한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