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5월 31일 전국 교구본사 및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는 사찰 80여 곳에 ‘국고보조금 집행 및 정산지침’을 하달했다고 밝혔다. 화엄사 등에서 국가보조금 유용사건이 발생, 언론에까지 보도되자 사안의 중대함을 깨닫고 내린 조처다.
조계종은 종단의 명예를 실추시킨 이 일을 계기로 청정한 승가위의를 확보하며 다시는 이와 같은 불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종단 차원에서 지침을 내린 것이라 한다. 이러한 지침에도 불구하고 국고보조금에 관련된 비리나 사찰운영에 따른 재정 투명화를 하지 못할 경우 종헌종법에 따라 엄중 문책할 방침이고, 인사행정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조계종이 사찰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침을 마련하여 전달한 일은 환영한다. 그러나 과연 지침만 하달한다고 해서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을까.
조계종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각종 감사를 통해 국가지원사업과 관련한 불사특별회계에 대해 집중적인 감사를 진행하고, 회계전문가를 참여시켜 세밀한 감사와 함께 강력한 종무지도를 실시할 것이라 했다. 근본적으로 재정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각 사찰에서 자의적으로 행해지던 불사 등은 전 종단의 차원에서 관리ㆍ운용되어야 할 것이다. 불사의 타당성 검토와 우선순위의 결정, 그리고 소요예산의 책정 등에는 전문성과 객관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재의 보수나 보전관리를 위한 업무가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을 비롯한 정부기관 등 관련기관과의 창구(窓口)가 단일화되어야 할 것이다. 창구가 단일화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다. 우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사찰간 형평성을 기할 수 있으며 전문인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이 일을 위해 우선 조계종총무원 직제에 편성되어 있는 성보보존위원회의 위상을 확립하고 그에 따른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일부터 실행할 것을 제안한다. 궁극적으로는 성보보전관리를 전담할 수 있는 독립법인의 설립이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