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의 정수 성분에서 정자나 난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좀 복잡하다. 먼저 생식세포들이 만들어지기 전에 골수의 정수 성분에서 재생액이 만들어진다. 재생액은 그 정수 성분으로부터 생명유지에 절대적인 원기(元氣)가 생성되기 때문에 우리의 생명현상과 직접 관련이 있다. 원기는 심장에 자리를 잡고 혈류를 따라 온몸을 순환한다. 현대의학으로 치면 면역계의 기능과 비슷하다. 그래서 오감과 생명력을 증진시켜 오래오래 활력을 유지하고 장수하도록 돕는다. 재생액의 불순 성분으로부터 생식력을 지닌 정자와 난자가 만들어진다.
인체의 일곱 가지 구성성분이 만들어지기까지 티베트의학에서는 6일이 걸린다고 보았다. 첫째 날에는 혈액이 만들어지고 둘째 날에는 혈액으로부터 근조직이, 셋째 날은 근조직에서 지방이, 넷째 날은 지방에서 뼈가, 다섯째 날 뼈로부터 골수가, 그리고 여섯째 날 마지막으로 골수에서 정액이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일곱 가지 인체 구성성분의 생성과정이 꼭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사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대부분 사실에 가깝다.
이제 신체의 세 가지 배출기능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신체의 세 가지 배출기능이란 대변 소변 그리고 땀의 배출을 말한다. 대변은 음식물이 항문으로 새나가지 않고 장에 머물도록 돕는다. 소변은 신체의 대사 노폐물을 배출하며 땀은 땀구멍을 깨끗이 청소하고 피부를 부드럽게 해준다. 이 세 배출물 역시 일곱 가지 인체의 구성성분과 마찬가지로 소화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소화과정은 먼저 생명유지룽(維命氣)의 도움으로 음식물을 삼켜 위로 내려 보냄으로써 시작된다. 위에서는 그곳에 위치한 분해왜껜(分解痰)에 의해 음식물이 반액상의 반죽으로 분해되어 달짝지근한 거품모양으로 변한다. 식후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가량 걸린다. 왜껜은 흙과 물로 조성되어 본성이 달기 때문에 달짝지근한 맛을 띤다. 단 음식이나 음료를 너무 많이 섭취하면 이 단계의 소화과정이 지체되어 당뇨 같은 질환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티베트의학에서는 이 소화 단계를 바로잡아 줌으로써 당뇨 치료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거품모양의 달짝지근한 반죽은 소장의 공장(空腸)에 위치한 소화때빠(消化膽)에 의해 소화되어 흡수된다. 이 과정은 소화 흡수에 주단계로 식후 30분에서 90분 사이에 진행된다. 소화때빠의 본성은 뜨겁기 때문에 유미즙은 신맛이다. 시고 양념이 많이 된 음식을 지나치게 먹으면 이 단계에 영향을 미쳐 궤양이 생길 수 있다.
소화의 마지막 단계는 화반룽(火伴氣)의 작용으로 대장에서 영양분과 불순물이 분리되는 과정이다. 화반룽을 비롯한 룽의 본성은 쓴맛이기 때문에 이때의 영양분이나 불순물 모두 쓴맛을 띤다. 이 과정에는 식후 보통 90분에서 4시간 길게는 6시간이 소요된다.
소화가 완료되면 쓸모없는 불순물은 결장으로 내려가 대변과 소변으로 분리된다. 대변은 S상결장을 따라 직장에 도달하고 소변은 신장을 통해 요관(오줌관)을 타고 방광에 이른다.
티베트의학에서는 소화계를 유별 중시하고 있다. 병자의 소화계를 잘 살펴볼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의사라고까지 의서에 쓰여 있다. 사실 소화계와 관련되지 않는 병이 어디 있겠는가! 소화관련 만성 질환에 특효를 발휘하는 티베트의학의 이면에는 그러한 의학적 전통이 스며있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이 적절히 소화되지 않으면 구토로 게워내든지 설사로 빨리 배설해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소화기계 내에 오래 정체되어 있다면 각종 종양, 결장암, 변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오늘날 변비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데 그 역시 소화 문제 때문이다. 변비가 생기는 이유는 이른바 고 섬유소 식이를 따르지 않는 탓이다.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 탓도 있다. 한시도 긴장을 풀 틈이 없는 현대인들의 배출기능이 어디 온전하겠는가.
■아주대교수·한국티베트의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