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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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 스님의 스님이야기-법오 스님 (上)
방귀냄새 심해 한때 마음고생
잇따라 사고 당하고도 무사

법오(法悟) 스님은 한 눈 팔지 않고 선방에만 다닌 스님이다. 법랍은 그리 많지 않지만 선원 이력이 화려하다. 스님은 게으르지 않고 정진을 열심히 하며, 뛰어난 친화력으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다. 법오 스님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방귀가 떠오른다. 다른 스님들에게 법오 스님의 방귀 얘기를 꺼내면 모두 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까짓 냄새가 뭐 대수냐고 말하던 사람들도 한번 그 냄새를 맡고 나면 다 나가 떨어진다.
차담실이나 지대방에서 담소하며 차를 마시던 스님들도 법오 스님이 들어오면 슬슬 자리를 옆으로 옮기며 경계한다. 얼마나 지독한지 어떤 스님은 화를 내는 것을 보았다.
선원에서는 큰방에 수십 명이 서로 등을 뒤로 하고 좌복 위에 앉는다. 겨울에는 문도 열지 못하고, 많은 사람이 앉다보니 공기 오염이 큰 문제가 된다.
나는 방귀를 잘 뀌는 두 스님과 나란히 앉아 공부를 했다. 한 스님은 냄새는 없지만 그 소리가 요상 야릇했고, 또 법오 스님은 소리는 작지만 냄새는 가히 원자폭탄 급이었다. 큰방에서는 산 쪽에서 바람이 계속 불어와 순환하므로 나는 다행히 그 냄새를 많이 맡지 않게 되었지만 뒤에 앉은 상판 스님들에게 고스란히 내려갔다.
드디어 어느 날 참다못한 상판 스님들 쪽에서 말이 나왔다. 발우 공양이 다 끝나고 대중들이 있는 자리에서, 생리적인 문제에 대해 조심해달라는 상판 스님들의 공식적인 요구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문제는 어쩔 수가 없어서 법오 스님의 방귀는 소리를 더 줄여서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법오 스님은 그 방귀 냄새를 고쳐보려고 마음고생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약을 지어서 계속 먹었다.
얼마 전 상원사 선방에 있는 법오 스님을 보러 갈 기회가 있었다. 스님의 몸이 좋아져서 냄새가 옛날처럼 지독하지 않았다. 참 다행스러웠다.
법오 스님은 그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공부하는 정진파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오직 공부만 한다.
언젠가 법오 스님과 공부에 대해서 얘기를 하던 중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삼매(三昧)에 들어가 몇날 며칠을 꿈쩍 않고 앉아있은 적이 있다고 했다. 물론 삼매 자체가 깨달음은 아니지만, 스님의 화두가 어느 정도 익어서 스님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다 보니 주위 신장(神將)들이 스님을 도와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은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몸은 멀쩡했다고 한다. 또한 선원에서 두 철을 같이 살면서 사고가 두 번이나 있었다. 그 사고에는 모두 법오 스님이 끼어 있었는데 무사했다.
한번은 목욕삭발일 날 산행을 하게 되었다. 삭발일 날은 대부분 수행을 잠시 멈추고 심신도 단련할 겸 산행을 주로 한다. 그 날 법오 스님과 나를 위시해서 다섯 명이 한 팀이 되어 산행을 했다. 밋밋한 산행 코스에 식상한 스님들은 일부러 어렵고 험한 코스를 택했다.
하나의 바위를 아슬아슬 건너면 다음에는 더 가파르고 위험한 바위가 나타났다. 나무를 붙잡고 오르면 수십 미터 절벽이 나오고, 절벽을 벗어나면 다음 바위로 이어진 겨우 사람 하나가 지나갈 수가 있는 아슬아슬 바위 길이 나왔다. 그러다가 앞을 딱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바위를 만났다.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는 바위였다. 하는 수 없이 내려갈 길을 찾으며 절벽을 따라 조심스럽게 우회하며 걸었다. 바위는 의외로 미끄럽고 위험했다.
그렇게 내가 선두로 나서서 조심조심 길을 만들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뭔가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따르던 법오 스님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쿵하는 소리!
떨어진 곳이 10미터 정도 되는 수직 절벽이니 십중팔구는 중상이거나 사망이라 생각했다. 스님은 조릿대가 없는 맨 땅에 누워 있었는데, 내가 짐작했던 것과는 달리 의외로 멀쩡했다.
상처 난 곳도 없고 뼈가 어긋난 곳도 없었다. 바닥에는 돌출된 바위가 몇 개 있었는데, 다행히 바위를 피해 그 사이로 떨어진 모양이었다.
말도 또박또박 잘 하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나서 그런지 의외로 담담했다. 스님은 내상을 입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비명을 지르는 여유까지 부렸다.
정말 운이 억세게 좋은 스님이다. 그러나 뭐니 해도 평상시 열심히 공부하는 스님이라서 분명히 주위의 신장들이 도와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원 현암사 총무
200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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