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내년도 예산에 ‘승려 노후복지’를 위한 특별회계 예산을 편성하였다. 1억여원의 예산이 편성된 것으로는 승려 노후복지 문제의 해결을 위한 계획수립에도 부족할 것이지만, 조계종이 처음으로 스님들 노후복지를 위한 예산을 편성하였다는 것이 중요하다. 스님들의 노후가 불안함으로써 생기는 문제가 조계종 종단에 깃들어 있는 많은 병폐들의 원인이며, 이 문제의 해결이야말로 청정 승단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첫 번째 과제라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조계종단이 예산을 편성하였다는 것은 한국 불교를 바꾸는 중대한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스님들의 노후복지 문제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해결이 늦어졌던 것은 이 문제를 공적인 제도 차원에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승려들 개개인의 문제로 돌려 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스님들의 청정성을 해치는 여러 행태를 유발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정작 이 문제를 종단적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개선하여 하는 시점에서는 그 동안 스님들 노후복지 문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요소들이 도리어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문중을 중심으로 한 파벌과 사설사암 등 많은 문제들은 긍정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스님들 노후복지문제에 일정한 해결책을 제공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공적인 제도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는 이러한 기존의 방식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면서 이상적인 틀을 만들어가는가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결코 서두르지 말고, 부정적인 요소들은 과감하게 척결하면서 한국 불교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또한 출가 승단을 외호하는 의무를 지닌 재가불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내는 성과들을 하나씩 쌓아 나가면서, 그것이 다시 증폭의 효과를 내도록 해야만 사부대중의 화합을 통한 청정 승단이라는 이상을 성취하게 될 것이다.
결코 용두사미식으로 끝나서는 안될, 한국불교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이기에 철저한 계획과 불퇴전의 추진력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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