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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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소리는 보고 모습은 듣는다
생물은 환경에 적응하여 변화해오면서 여러 감각 중에 특히 시각(視覺)과 청각(聽覺)을 발달시켜 지각 범위를 넓혀왔고, 이에 수반되는 넓은 운동범위를 가지게 됐다. 이 같은 현상은 진화를 통한 신체 변화뿐만 아니라 인식 능력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인간만 보더라도 무선 통신을 개발하고 현미경이나 망원경 등을 만들어 지각능력의 한계를 넓힘으로서 지금의 문명을 이룩해 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대상을 지각하여 인식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무엇을 인식하거나 안다고 말하는 것은 지각되는 그 대상을 이미 예전부터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경험이라는 틀 속에 집어넣어 서로 비교하고 맞추어 봄으로서 지금 본 것의 모양을 이해하고 납득하며 받아들이는 것이다. 납득한다는 것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다는 말과 같다.
이처럼 대상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것은 대상을 보는 순간 우리 뇌 속에서는 대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기억(業)으로 정리하고 변형시키는 것(attention preference)을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대상에 대한 지식 세계란 결국 자신의 기억범위 내에서 만들어진 작은 세계를 자신의 틀로서 계속 강화해 가는 것(self-organization)에 불과하다. 이것은 모든 생물체의 감각기관이 가진 특성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시각과 더불어 대표적인 감각 중의 하나인 청각에 의존하는 언어는 우리가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대표적 수단이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여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기에 지금의 인류문명을 만들어 냈다. 우리는 말을 들을 때 그 의미를 생각하고 그 말뜻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게 된다. 이것은 시각처럼 또 하나의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말을 듣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말을 보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말을 들어보자’는 표현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의미의 공유가 생물체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결국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여 받아들이는 것이기에 사람이나 동물은 자신들이 만든 의미체계 속에 갇히게 된다.
선사들의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를 보면 그 계기가 다양하다. 할이나 방 이외에도 촛불을 끄거나 시냇물에 팔이 흔들리는 것을 보는 등의 시각적 상황도 있고, 닭 울음소리, 기왓장 부딪히는 소리처럼 청각에 의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여전히 의미를 지닌 형태와 소리로서 받아들였다면 그냥 ‘어, 어두워졌네’ 아니면 ‘닭이 우는구나’ 했을 것이지만 상(相)이 더 이상의 길들여진 상이 아님을 알아 무르익은 상태에서는 전혀 의미가 부여되지 않고 순수한 그 한자리에서 보고 듣게 되어 일을 마치게 된다.
관세음보살님도 소리를 관하지 듣는 것이 아니기에 무릇 불자라면 눈에 보고 듣는 것에 현혹되어 울고 웃지 말고 세상 모습과 소리의 본래면목을 보아 자신의 본면목을 찾도록 해야 한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200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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