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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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김 선생님, 술이나 한잔/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이런, 벌써 12월에 들어섰네요.
김 선생님, 조만간 한번 우리 뭉칩시다. 한 해가 가기 전에 뒤풀이 좀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사람들 좀 모으세요. 마침 제가 분위기 좋은 술집도 알아놨거든요. 술 한 잔 나누면서 1년 동안 즐거웠던 일, 괴로웠던 일, 힘들었던 일, 보람 있던 일들 이야기나 하자구요.
네? 불자가 무슨 술이냐구요?
허참…. 그렇게 말씀하시니 영 겸연쩍습니다.
자자, 제 말씀 좀 들어보세요. 김 선생님 핀잔처럼 부처님도 재가인들 술 마시는 것을 정말 걱정스러워 하셨습니다.
“만일 사람이 술을 먹고 방탕하면 여섯 가지 걱정근심이 있는 줄 알아야 한다. 첫째는 현재의 재물을 없애고, 둘째는 병이 많이 생기며, 셋째는 싸움이 많아지며, 넷째는 비밀이 탄로 나며, 다섯째는 남들이 칭찬하거나 보호하지 않고, 여섯째는 지혜를 없애고 어리석음이 생긴다. 사람이 술을 먹고 방탕하면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아무도 함께 그와 일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요,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은 자꾸 없어진다.”(중아함경 제33권)
아닌 게 아니라 신문을 장식하고 있는 그 무시무시한 사건사고들 중 상당수가 술이 원인이 되어 벌어진 것이라는 점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술이라는 것! 병 속에 들어있을 때는 그저 아무 것도 아닌 것이건만 어째 사람들 몸속으로만 들어가면 꼭 사건을 만들어내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도 그래서 5계 가운데 살생, 도둑질, 사음, 거짓말의 네 가지 금지조항들은 그 자체가 이미 죄악이어서 성계(性戒)라 부른 반면 음주 항목만큼은 차계(遮戒)라고 하시면서 술 그 자체는 죄악이 아니나 죄악의 원인을 짓는다고 말씀하셨지요.
<법원주림>에도 보면 “술 마시는 것이 죄악은 아니나 그러면서도 그것은 죄악의 원인을 짓는 일이 된다. 과일 나무를 심으면 반드시 동산과 담장을 세워야 하는데, 사람이 술을 마시면 착하지 않은 문을 열게 되어 선정(禪定)과 모든 착한 법을 막아 버리니, 술 마시는 일이란 마치 동산도 담장도 없는 과일나무와 같다(제93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에 아주 신통이 뛰어난 장로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선래(善來). 그는 워낙 신통력이 뛰어나 한 마을을 위협하던 무시무시한 용왕을 무릎 꿇리고 삼귀의와 오계를 지니게 하였습니다. 선래 장로의 무용담이 전해지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몰려나와 그를 찬양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존자님, 갖고 싶은 게 뭡니까? 뭐든 말씀하십시오. 다 구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정작 당시 항상 말썽을 부리던 육군비구들이 이렇게 참견하였습니다.
“여러분, 출가한 사람은 비둘기 깃털 술을 얻기 어려운데 이 분은 지금 그것을 마시고 싶어 하오. 만일 그 술을 이 장로님에게 바치면 그것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이 될 것이오.”
마을 사람들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 비둘기 깃털 술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는 앞다투어 선래장로를 제 집으로 모시고 가서는 극진하게 술을 대접하였지요. 성의를 뿌리칠 수도 없었고 귀하기도 한 술이었던지라 주는 대로 마신 선래 장로는 술에 잔뜩 취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성문을 나오려다 의식을 잃고 문가에 큰 대자로 쓰러지더니 급기야 잠꼬대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부처님에게 이런 꼴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부처님 마음이 어땠을까요?
“비구들이여, 이 장로를 부축해서 가자.”
비구들이 장로를 부축해서 동산으로 데리고 가서 부처님 발아래에 눕혔습니다. 그런데 장로는 술기운을 이기지 못해 몸을 뒤척이다가 두 발이 부처님에게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물으셨습니다.
“비구들아, 선래 장로가 평소 내게 가졌던 예의가 지금도 있는가?” “지금은 없습니다.”
“저 무서운 용을 항복시킨 자가 누구였던가?”
“선래 장로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이라면 물 속에 사는 도마뱀이라도 항복받을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은 이 일로 말미암아 마신 뒤에 의식을 잃게 하는 술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계율을 제정하셨습니다. <본생경> 제1편 음주품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김 선생님, 우리는 송년회에서 술잔을 비우기 전에 꼭 다짐을 하려고 합니다.
“만약 이 술을 마신 뒤에 부처님과 마주친다면…. 부처님의 그 명징한 눈빛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만 술잔을 비우자.”
이렇게 말입니다. 아셨지요? 모임에 꼭 오시기 바랍니다.
200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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