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날 때 골프를 치면 더 재미있다? 짜릿한 맛, 그대들이 이런 묘미를 알 수 있겠는가. 산불 속에서 공치는 맛, 그것참 흥미진진하겠다? 잠깐,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 가야할 것이 있다. 산불 날 때 아무나 골프를 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뭐 감투가 국무총리정도는 되어야 한다. 산불 같은 재난 발생시 총괄 지휘할 책임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자격이 된다. 그래야 산불 날 때 골프 치는 맛을 제대로 알게 될 것이다.
식목일에 산불이 났다. 심은 나무보다 불에 타 죽은 나무가 더 많다. 식목일은 무엇 하러 만들었는가. 그것도 공휴일로 삼아, 괜한 등산객들 산으로 보내 화재 위험을 가중시켜 가면서 말이다. 식목일에 나무를 심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산불이나 내지 말라. 담배 들고 산에 가지를 말고 차라리 골프장에 가라. 이해찬 총리가 솔선수범을 하지 않았는가. 재난상황을 점검하거나 복구대책 같은 것을 마련하기보다 당장의 골프 채 휘두르는 맛에 탐닉해야 한다. 그런데 말이다. 총리가 골프채를 휘두르는 사이에 강원도 산불은 다시 살아났다. 그 결과로 천년고찰 낙산사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골프만 없어도, 사전 점검만 충실히 했어도, 낙산사는 화재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이 문제이다. 책임의식이 문제이다.
낙산사 화재현장을 보고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말했다. 전소한 건물들은 6·25전쟁 이후의 것이라고. 소실된 범종은 6개월 이내에 복원 가능하다고. 아니 한번 불에 타 녹아내린 종을 어떻게 복원할 수 있는가. 겉모양도 그렇지만 소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그의 출세작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낙산사의 문화재를 별 볼일 없는 것으로 기술한 전력과 맞게 너무 안이하게 접근한 것이나 아닌지 걱정이다. 문화재청장이 무엇보다 추진해야할 일은 문화유산보호 대책의 수립이다. 전국의 사찰, 과연 화재로부터 자유스러운가.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범종 복원 운운하면서 사태의 본질을 흐리게 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나는 주장하고 싶다. 낙산사 화재의 현장을 보존하라고. 교토의 불에 탄 법륭사 목탑이 보존되고 있듯이 우리도 타다 남은 잔해를 보존하여 하나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복원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건 또 무엇인가. 한국마사회는 뇌물사건으로 시끄럽다. 그동안 낙하산 인사니 어떠니 하면서 말도 많더니 끝내 뇌물잔치로 얼룩이 졌다. 하기야 한 해에 매출 5조원이 넘는 마사회라니 뇌물 ‘몇 푼’ 챙기는 것,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우리 서민은 언제 간고등어 상자나 곶감 상자를 받아 볼 것인가. 그 상자 속에 토산물 대신 거금이 들어 있단다. 공기업 비리의 경연장 같다. 하기야 마사회뿐이겠는가. 오늘도 어떤 공직의 나리께서 은밀히 ‘상자’를 건네받고 있을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높은 자리에 있을 때, 한 밑천 챙기지 않으면 바보라도 되는가. 공직자의 윤리가 문제이다.
한국은 예전부터 ‘뇌물천국’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부정부패가 만연된 사회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근래 비리에 연루되어 4명의 장관이 낙마를 했다. 이른바 사회 지도층이라는 자들이 청렴하기는커녕 오히려 오물단지가 되어 더 난리들이다. 전직 대통령들 역시 검은 돈으로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이 땅은 검은 돈의 천국인가. 하기야 아직도 ‘차떼기 정당’이 큰소리치고 있는 것을 보면 할 말을 잃게 되지만. 뇌물을 받지 못한 선량한 시민들만 괜히 바보 되는 것 같다. 공직자의 도덕성과 철저한 책임의식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정말 고위 공직자들에게 당부한다. 시민들은 불안하다. 오늘도 ‘감투’들이 어디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감투’들이여, 진흙탕에서도 청초하게 사는 연꽃 한 송이씩을 가슴 속 깊이 품고 다닐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