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타는 낙산사. 식목일에 전국에 생중계된 이 장면은 우리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하였다. 무엇보다 조선 초기를 대표하는 보물이 형체 없이 녹아내린 모습에 온 국민은 안타까워했다. 전날만 하더라도 종은 안전하다고 알려졌지만, 그것은 방심이었다. 불은 바늘만한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꺼진 불도 다시 보라’는 조상들의 가르침이 우리의 가슴을 치게 한다.
도대체 우리의 방재시스템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원망스럽다. 우리의 사찰은 대부분 산 속에 나무로 지어져 있어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몇몇 큰 절은 나름대로 화재로부터 성보문화재를 지키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전하나, 대부분의 절은 무방비나 다름없는 상태이다. 그동안 우리는 도난을 막는 일에 급급했는데, 이번 산불은 도난보다 더 큰 과제를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심정이지만, 같은 일이 결코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 문화재청과 불교계는 합심하여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보다 효과적이고 체계적이며 종합적인 방재시스템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지혜를 모우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며 일본과 같은 외국의 사례도 적극 검토하여 성보문화재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책을 세워야 한다.
낙산사는 신라시대 의상 스님이 세운 관음의 성지이다. <삼국유사>는 의상 스님의 관음보살 친견 장면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의상 스님은 동해 용왕의 도움으로 관음의 진신을 보게 되는데, 이 때 관음보살은 “산꼭대기에 한 쌍의 대나무가 솟아날 것이니 그곳에 절을 세우라”고 하셨다. 이 절이 바로 낙산사이다. 일본 다이도쿠지(大德寺)에 소장된 수월관음도에는 이 장면이 화려하고 섬세한 필치로 묘사되어 있다. 낙산사는 조선시대 관동팔경의 하나로 알려질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낙산사 해맞이는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가 이 사찰에 깊은 애정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자연 때문이다. 문화재청장의 낙산사를 창건 당시의 원형대로 복원하겠다는 발언은 매우 합당한 조처라고 생각한다. 낙사사를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여 이 사찰의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운 풍광을 가꾸어나가는 것은 분명 우리의 책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