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166회 임시중앙종회에서 비구니부 신설 등의 내용이 포함된 총무원법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결국 본회의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차기 종회로 이월됐다.
이에 대해 많은 비구니스님들은 비구니부 신설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될 시대적 요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비구니부 신설에 대한 각각의 입장을 들어본다.
비구니부 신설은 시대적 요구
최근 어느 비구니 스님이 조계종단에서 추진 중인 승려노후복지시설 건립 추진을 놓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시설 건립에 필요한 예산지원 사찰 10곳 가운데 비구니 사찰은 한곳도 지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총무원 집행부의 고의적인 행정처리라고 보지는 않지만 그동안 우리종단의 비구니에 대한 소외와 인식부족이 어느 정도인지를 그대로 드러낸 사례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를 통해 최근 전국비구니회와 비구니 중앙종회의원들이 주장하는 비구니부의 신설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분명 조계종 종헌에는 비구와 비구니가 2부승가의 구성원으로 명문화되어있다. 구성원 가운데 절반인 7000여명이 비구니인 것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현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취임과 동시에 총무원 문화부장으로 비구니 스님을 임명하기까지 했다. 종단 내 비구니가 이전과는 다른 위치에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배려는 종법에 규정된 것이 아니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고도의 지식정보화 시대라고 하는 21세기는 종교 간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하다. 따라서 우리불교가 ‘상구보리와 하화중생’의 적극적으로 실현하고 대사회 지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적자원을 갖추고 있는 비구니의 활용과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감히 주장한다.
이제 조계종은 비구니 전담기구의 신설을 통해 비구니 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ㆍ활용하기 위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운달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종법 등 신중한 검토 필요해
조계종 절반을 차지하는 비구니스님들의 행정 참여라는 점에서 비구니부 신설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또 호주제가 폐지되는 등 남성중심에서 양성평등으로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과도 궤를 같이 하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비구니부 신설을 주요 뼈대로 한 종헌개정안이 제166회 임시중앙종회에 상정될 수 있었던 동력은 서울 수서에 건립된 비구니회관에 있다고 본다. 즉 새로 건립된 비구니회관에서 회장단을 주축으로 여러 가지 결과물을 내놓았으며 그 가운데 하나가 비구니부 신설 종헌 개정안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굳이 비구니부를 신설하지 않더라도 비구니 스님들의 입장을 강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중앙종회 재정분과위원장으로서 비구니부 신설에 따른 재정 문제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종단 예산 중 실질사업비 보다 인건비가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새로운 재정확충 방안이 모색되지 않는 한 부서 신설은 재고할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비구니부를 신설하기에 앞서 어떤 업무를 담당할 것이지 고민해야 한다. 현재 여러 부서에서 맡고 있는 업무 중 어떤 부분을 어떤 형식으로 분리해 비구비부에서 담당할 것인지 일의 효율성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
현 종단 상황을 살펴볼 때 비구니부 신설은 쉽게 논할 사항이 아니다. 원로스님과 율사스님들을 비롯해 각계각층이 모인 공청회 등을 개최해 먼저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뒤 종헌종법 제ㆍ개정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장적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