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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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파동과 공사상/서울대 전기공학부
물질과 공간, 서로 영향 주고 받는 관계
‘실체 없음’ 깨달을때 또다른 ‘나’ 만나게 돼

동남아에서 일어난 지진, 그리고 최근 일본 규슈에서 일어난 지진이 엄청난 파장을 주고 있다. 알려져 있지 않던 지진대의 발견, 지진이 몰고 오는 해일과 같은 재해가 인간이 얼마나 자연 앞에서는 작은 존재인가를 일깨우고 있다. 피해를 받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보시가 필요한 때다.
해일도 마찬가지지만, 에너지는 파동이라는 형태로 전해진다. 햇빛이 대표적 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무선 전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해일 역시 단층의 형성이라는 큰 에너지원이 바닷물이라고 하는 매개체를 통해서 전달된 파동이다. 이 에너지의 전달이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경우, 재해를 초래하는 것이다. 파동이 전달되는 속도는 매개체에 의해서 결정되는 데, 해일인 경우 매시간 약 100Km 전달된다고 하니까, 가까운 근해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 피할 수 있는 여유시간이 얼마가 되지 않을 것이다.
매개체뿐만이 아니라 파동을 느끼고 재해를 당하는 물질(인간을 포함해서) 또한 파동과 같은 성질이 있다는 것이 현대에 들어서 과학이 가르쳐 주는 메시지이다. 즉 어느 한 공간을 차지하는 듯이 보이는 물체 또한 사실은 파동과 같은 성질을 띠고 있어서, 순간순간 그 모습을 바꾸어 나간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나노 과학은 물질을 10억분의 1 미터 정도로 작게 나눈 경우 나타나는 성질을 연구하고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작은 영역으로 갈수록 물질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파동의 성질을 띠게 된다.
파동의 가장 중요한 성질 중의 하나는 그것이 어느 한 위치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빛을 얇은 틈으로 지나가게 하면, 이 빛이 굴절을 일으켜서 희미한 빛으로 변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빛이라는 파동이 확률적으로 퍼져서 존재하는 예가 된다. 촛불 앞에 앉아보자. 촛불은 초라고 하는 탄소덩어리가 산소와 반응해서 순간순간 탄산가스로 변화해서 공기로 사라지는 현상을 내 눈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탄소라고 우리가 이름 붙인 하나의 파동 상태가 산소라는 다른 파동을 만나서 탄산가스라고 하는 다른 파동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발견은 물체와 공간이라는 이분법적인 관념을 바꾸고 있다. 또한 존재론에 대한 현대철학에 가장 큰 변화를 준 개념이기도 하다. 물질과 빈 공간을 다른 두개의 축으로 나누던 존재론에서 이제는 물질이 공간에 영향을 주고, 공간 또한 물질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이러한 생각이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식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유 없이 불안한 마음이 나를 괴롭힐 때, 촛불 앞에 앉아 보자. 가만히 들여다보면, 촛불이라는 실체가 없다는 것을 문득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의 마음 또한 이와 같음을 느껴보자. 나라고 느껴지는 관념 또한 사실은 촛불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연습하다보면, 그렇게 변치 않고 따라 다니던 나라는 관념 대신, 공간과 다르지 않는 나라는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200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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