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問)·설(舌)·요(尿)·망(望)·맥(脈) 순으로 진단
조제 약 250여가지, 수행·물리적 요법은 최후 시행
지난 호에 세 에너지의 균형을 깨뜨려 병을 일으키는 주된 장기적 원인으로 무지를 이야기한 바 있다. 그 무지는 다시 탐 진 치 삼독을 낳는다.
그런데 병을 일으키는 보다 단기적인 원인으로는 부적절한 섭생, 불건전한 생활습관, 그리고 시기적 요인들이 있다. 그런 여러 원인들이 서로 맞물려 우리는 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티베트의사들은 먼저 부처님과 같은 자비심으로 환자의 병증을 소상하게 묻고 듣는 문진(問診)으로 병을 진단해 나간다. 그 다음 설진(舌診,tongue diagnosis)과 요진(尿診,urinalysis)을 통해 환자를 전체적으로 망진(望診)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진맥을 통해 환자의 맥상을 살피는 맥진을 행한다. 맥진은 티베트의사들이 가장 즐겨 쓰는 중요한 촉진(觸診)의 한 방법으로 수기(手技)의 방식과 내용에 있어 중의학(한의학)의 맥진과 다르고 정확도에 있어 최첨단 장비로 중무장(?)한 현대의학의 진단소견과 높은 합치률을 자랑한다.
일단 진단이 내려지면 치료가 시작된다. 치료의 일차 목표는 세 기본에너지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교정해 주는 것이다. 마치 한의학에서 음양의 허실이나 오행의 부조화를 바로잡아 치료하듯이 지나치게 과도한 에너지는 줄이고 부족한 에너지는 증강시키는 원리를 적용한다. 티베트의학은 어떤 기적 같은 마술이나 신통을 부리는 신비적 의술이 아니다. 대대로 전승되어 오며 당대의 석학 대가들에 의해 끊임없이 개선되고 보완되어 탄탄한 이론체계를 갖춘 역사로 고증된 전통의학이다. 마치 한 단지의 벌꿀이 한두 송이의 꽃에서만 채취된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꽃에서 모아지듯이 티베트의학 또한 시대를 풍미한 수많은 명의와 대의승(大醫僧)들의 풍부한 임상경험과 학식들이 오랜 세월 축적되어 빚어진 지고의 산물인 것이다. 지식에 끝이 있을 수 없듯이 티베트의학도 새로운 질병에 맞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연구한다. 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의학원에는 현대병을 치료하는 신약을 연구 개발 및 생산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티베트의학에서는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우선 식이 치료와 생활 지도를 먼저 하고 그것으로 차도가 없거나 충분하지 않을 경우 약물을 처방한다. 바른 식습관과 건전한 생활양식의 복원은 모든 처방에 최우선하는 치료과정의 첫 단계이다.
티베트약물학은 그 깊이와 다양성에 있어 놀랍도록 세밀하고 풍부하다. 보석 미네랄(광물질) 금속 흙 수액 나무 그리고 약초식물들을 두루 약제로 사용한다. 적게는 세 가지에서 많게는 150여 가지나 되는 성분들을 조합하여 한 가지 처방약을 조제한다. 그래서 지금 조제되고 있는 약의 종류만도 대략 25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파드마28’이란 약은 서구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영국 런던의 미들섹스(Middlesex)병원 임상시험 결과 혈관계질환에 특효가 있으며, B형 C형 간염에도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약효를 검증해 볼 티베트의약의 종류는 250여 가지나 된다. 그만큼 티베트의약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반증이 되겠다.
약물 외에도 티베트의학에서는 수행이나 물리적 요법들을 쓴다. 현재 시술되고 있는 요법으로는 구(뜸) 흡각 그리고 금침 요법같은 것들이 있다. 수행이나 물리적 요법들은 보통 최후의 수단으로 시행된다.
롱 에너지의 미세한 운행을 훈련하는 수련인 토모(tomo)요가라는 고급 티베트명상법이 있다. 근래 티베트의학 국제회의에서 토모요가 명상이 울증에 대한 비약물학적 자구 치료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토모요가를 수련하는 스님들은 간신히 얼지 않을 정도의 온도에서 명상을 통해 몸에 두른 젖은 옷을 완전히 말릴 수 있었다. 그리고 깊은 명상 중에 말초 피부 온도를 높임으로써 마치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처의 치료효과를 촉진한다는 연구도 보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