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기업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세청만 불 밝히고 바쁘게 일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가계의 수입은 정체되어 있는데 세금부담률은 계속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한다. 실제로 지난해와 비교해 양도소득세가 무려 32.4% 늘어난 3조8400억원이나 걷히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상속 증여세도 지난 해 1조7000억원을 걷어 들여 목표 대비 42.9%나 더 높은 세수를 달성했다.
올해는 재산세와 거래세 등 주택관련 세금이 일제히 오르는데다 자동차세와 경유ㆍLPG세가 인상되고 건강증진을 명분으로 한 담뱃값 인상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민 1인당 국세부담액은 지난 해 245만원에서 올해는 270만원으로 10.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준조세까지 합치면 국민들의 실제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치를 웃돌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같은 조세정책은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키고 이는 유효수요를 줄여 경기침체를 연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지출을 늘리거나 조세감면을 통해 유효수요를 늘리는 방법을 확대재정정책이라 한다. 그런데 현재 정부의 조세정책이 침체된 경기에 오히려 찬물을 끼얻는 것과 같은 결과로 이어질까 두려운 심정이다. 한편으로 이와 같이 조세정책이 조세저항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지하경제를 범람하게 하며 시장경제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물론 높은 양도세로 인해 부동산 투기의 억제와 세수증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순기능적인 요소도 있다. 그렇다고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양도세와 상속세 등은 가진 자들의 세금이라손 치더라도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서민을 울리는 조세정책은 지양되어야 한다. 얼마 전 정년퇴직자 한 분이 현 정부가 노인세를 추징하고 있다고 역정을 내고 있었다. 말인즉 자신과 같은 노인들은 같은 집에서 20년 동안 살고 있는데 정부가 지나치게 높은 재산세를 부과한다면 이는 대부분의 노인들에게 노인세를 부과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논리였다. 노인들을 위한 복리후생은 뒷걸음치고 오히려 부동산 투기와 전혀 상관없는 평범한 정년퇴직자의 유일한 재산에 부과되는 무거운 조세는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경유차를 소지한 어느 샐러리맨의 목소리도 공감이 간다. 2년 전에 구입한 경유차의 자동차세가 매년 큰 폭으로 늘어 2008년에 가면 동일 배기량의 승용차와 같아진다. 따라서 일반 경유차를 보유하고 있는 서민은 배기량이 큰 고급 승용차를 타는 것과 같아진 셈이다. 경유값 인상에다 자동차세마저 인상되어 설상가상이 됐다.
다산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牧民心書)>중에서 진황육조(賑荒六條)의 제5조에 보력(補力)이 있는데 흉년에 백성들의 양식에 보탬이 되는 여러 가지 방안이 모색되어 있다. 그 내용 중에 흉년이 들면 백성들의 조세의 부담을 덜어주고 채무를 탕감해주는 것이 선왕들의 법이었으니 잡스러운 요역과 사사로운 빚은 모두 너그러이 늦추어 주어야지 다그치고 독촉하지 말라고 했다. 수령은 장부를 들고 먼저 자기의 재량권에 속하는 것부터 모두 감해 주고 나서, 그 밖의 조례들 중에서 폐지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폐지하고 상부에 자세히 보고하여 그 징수를 막도록 함이 좋다는 내용이다. 요즘처럼 경기침체기에 정부가 한번 음미해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노자(老子)는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그것은 조금만 흔들려도 뭉개지고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흉년이 든 해의 백성들은 더욱 동요되기 쉽고 예민하다. 정부가 국민의 고충을 이해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