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 이었다. 특히 올해는 여성계 최대숙원사업이던 호주제 폐지와 시기를 같이 해 더욱 뜻 깊었다. 우리나라 여성단체들은 1985년부터 이 날을 기념하며 여성 권익 향상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이런 축제 분위기를 불교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불교계의 대표적인 여성단체라 할 수 있는 한국여성불자연합회와 불교여성개발원 등은 아무런 행사 없이 이날을 보냈다. 한국불교에서 여성불자들이 갖는 위치가 상당한데도 불교계 내부의 의식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간 호주제 폐지와 여성권익 신장을 위해 공동연대활동을 펼쳐온 불교계 여성단체들이기에 이 같은 무덤덤함은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불교 여성단체가 사회현안에 소극적인 이유는 단체 내부 체계를 정비하느라 외부로 시야를 돌릴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업비 지원금의 한계, 만성적인 인력부족도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기 어렵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과 여성 불자의 권익신장은 결코 떨어져있지 않다. 여성 불자들, 더 크게는 사회 속의 여성들에 대한 불교계 여성단체의 체계적 접근과 구체적 실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불교계의 내실 다지기가 여성 불자의 참여영역을 넓히는 활동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이은비 기자 renvy@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