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학문이다.
역사가의 명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2월 27일 독립 기념관을 갑작스럽게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도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가기 위한 것”라고 같은 의미의 발언을 했다.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도 미래를 위해서라면 역사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발언의 배경에는 23일 주한 일본대사 다카노 도시유키가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독도에 대한 끊임없는 망언과 침략 35년간에 대한 무반성뿐만 아니라, 작년에는 간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우리나라의 역사까지도 선점하고자 하는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이제 주변 국가들과 역사 전쟁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일본과 중국이 왜 이토록 집요하게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동북아 국가들의 미래가 과거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 전쟁을 주도해야할 우리나라 역사 교육의 현황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 노무현 대통령이 강조했던 만큼 확실하고도 체계적인 역사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대답은 한마디로 ‘절대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학교 교과에 사회는 있어도 역사는 없다. 미국에 유학했던 교육론자들은 1992년부터 세계사와 더불어 국사를 사회과에 통합시켜 버렸다. 또한 7차 교육 과정에서는 국사 수업 시수를 주당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였다.
그러나 국사 교과서의 분량은 오히려 늘어나서 수박겉핥기보다도 더 나쁜 교육 환경이 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국사도 개항을 기준으로 국사와 한국근현대사의 두 과목으로 찢어놓고, 한국근현대사는 선택 과목으로 만들어버렸다. 이에 따라 한국근현대사를 선택하지 않은 학생은 배울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특히 수능 시험에서는 전 수험생의 28.1%만이 한국근현대사를 선택했으므로, 나머지 학생들은 전혀 배우지 않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국가 정책에 있어서도 1997년 사법고시에서 국사 과목이 폐지된 이후, 2005년 이후에는 행정·외무고시에서도 제외된다.
국사 교육이 홀대되면서 관련 교원의 전문성도 크게 약화되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일반사회 전공자를 선발하는 것이 교육 과정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역사 전공자를 잘 뽑지 않는다.
이렇듯 고교 과정에서 한국근현대사를 안 배우고, 국가시험에서도 국사 과목을 치루지 않은 공무원들이 일본의 독도 망언 및 침략에 대한 무반성과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다가는 중국이 왜 고구려사 등 우리나라 역사를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일본이 왜 우리에게 사과해야 하는지 조차도 모르는 세대를 배출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국사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국사 과목을 사회 과목에서 독립시켜야 하며, 한국근현대사를 국사에 통합하거나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여야 한다.
또한 대학 입시에서 국사와 한국근현대사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여야 하며, 국사 수업의 시수를 주당 3시간으로 다시 되돌려야 한다. 그리고 발전된 국사 과목을 바탕으로 세계사 과목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국민들이 쉽게 국사에 접할 수 있도록 국사 교육을 대중화하여야 하고, 연구 중심의 국사편찬위원회와는 다른 국사 교육 기관을 설립하여 국사 교육을 전문화하여야 한다.
엉망이 된 국사 교육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을 고쳐 놓아야 다시는 소를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