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부터 10주 동안 범어사에서는 현대불교신문사와 함께 기획한 설선대법회가 열린다는 소식이다. 이 시대 한국 간화선을 대표한다고 꼽히는 큰스님 가운데 열 분이 차례로 매주 토요일 설법에 나서 간화선의 핵심과 올바른 참선에 대하여 불자와 일반대중에게 법문을 펼친다고 한다. 또한 질의응답 시간과 실제 참선수행을 해보는 시간도 마련된다고 하여, 대중의 궁금증을 풀고 실참지도를 받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번 설선대법회는 지난해 서울의 조계사와 보문사, 또 대구의 동화사에서 열렸던 일련의 간화선 대법회와 맥을 함께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 일련의 법회가 대성황을 이루고 많은 뜻 깊은 성과를 이룬 데 이어서, 이번 설선대법회는 간화선의 대중화와 활성화를 위한 더욱 큰 걸음이 되리라고 기대된다.
간화선은 동북아시아 선불교 전통에서 오랫동안 주류로 자리 잡아왔고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터이다. 제도적인 장치라든가 정치적인 변수 등도 중요했겠지만, 종교적으로는 이를테면 성인(聖人) 생산에 그만큼 효율적이고 따라서 불교의 생동력을 생산하고 발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삶과 사고의 방식을 비롯하여 모든 것이 급격하게 바뀌고 종교생활의 양상도 바뀌었으며 마침내 간화선도 그 의의를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단순히 지금은 상황과 여건이 간화선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 의의를 의심하고 폐기하는 것은 경솔하다. 우선은 간화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간화선의 생명은 무엇보다도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피와 살을 가지고 살아 있는 이 몸으로 성불의 지혜를 체득하고 부처님으로 사는 길에 뛰어들도록 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한국에 간화선을 본격적으로 도입해주었던 보조국사도 누누이 강조했듯이, 피와 살을 가지고 살아있는 선지식의 인도가 간화선 수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중요한 요건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 간화선의 종장들이 수고를 마다 않고 직접 나서서 간화선의 의의를 가르쳐주고 올바른 수행을 위하여 대중을 인도해주는 이번 설선대법회는 ‘문 없는 문을 연다’는 주제처럼 한국불교의 진정한 미래를 향해 문을 여는 법회가 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