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인가 명절날 큰집에 가지 못하고 오두마니 집을 지킨 적이 있었습니다. 모처럼 호젓하게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려 했습니다만 옆집 가족들의 왁자한 웃음소리며, 전 지지는 기름 냄새가 창을 타고 흘러들자 왠지 혼자 버려진 느낌이 들어 쓸쓸한 감상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있습니다. 명절날 집안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모여드는가는 평소 그 집안의 가장이나 주부가 어떤 마음씀씀이로 일가친척을 대해왔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단적으로 ‘모이게 하는 방법’이라는 법문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계십니다.
수(手)라는 이름의 한 장자가 5백 명의 장자들을 거느리고 부처님을 찾아뵈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수많은 권속을 거느린 장자를 감탄하시며 그 방법을 물으셨습니다. 장자는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네 가지를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은혜롭게 베풀라[惠施]·사랑이 담긴 말을 하라[愛語]·이익 되는 행동을 하라[利行]·행동을 같이 하라[等利, 同事]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네 가지로 사람들을 포용하였습니다.”
세존께서 찬탄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참으로 훌륭하다. 수 장자여, 너는 진리의 가르침에 적합하게 사람들을 참 잘 이끌어 들였구나. 만일 누구든지 법답게 사람들을 끌어 들인다면, 그 사람은 바로 이 4섭법을 실천한 것인 줄 알아야 한다.”(<중아함 수장자경>)
우리가 경전을 읽을 때나 법문에서 자주 들었던 ‘4섭법’이라는 법문이 바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 네 가지 방법’이란 것입니다.
<아비달마집이문족론>에는 네 가지 방법에 대하여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베풀어서 사람을 불러들이는 일이란, 수행자나 가난한 이에게 음식과 약과 옷 등의 필요한 물건을 베푸는 것이다. 이런 베풂으로 다른 이를 평등하게 거두어 주고 가까이 거두어 주며 가까이 지니고 서로 친하게 따르는 것을, 베풀어서 거두는 일이라고 한다.
사랑이 담긴 말로 사람을 불러들이는 일이란, 기뻐할 만한 말·재미있는 말·얼굴을 펴고 평온하게 보면서 하는 말·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하는 말·웃음을 머금고 상대방보다 먼저 건네는 말·상대방보다 먼저 인사하면서 위로하는 말·좋아할 만한 말이고 또 자기를 찾아온 사람에게 ‘잘 오셨습니다’라고 건네는 말로 사람들을 거두는 일이다. 그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은 사람들을 잘 인도해서 귀를 기울여 법을 듣게 하고 언제 어느 때나 법을 설하고 가르쳐 주며 바른 일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랑이 담긴 말로 다른 이를 평등하고 가깝게 거두어 주며, 친근히 하면서 따르게 하는 것을, 사랑이 담긴 말로 사람을 불러들이는 일이라 한다.
도움을 줌으로써 사람을 불러들이는 일이란, 깊은 병이 들었거나 재앙을 만나 고생하면서 살 길이 막막한 이가 있으면 곧 그곳으로 가서 자비심을 일으켜 몸과 말로 방편을 제공하고 보살피고 구제하는 이로운 행을 하는 것이다.
또한 그중에 가장 훌륭한 것은 믿지 않는 이를 권하여 믿음을 원만하게 하는 것이요, 파계한 이를 달래고 인도하여 계율을 원만하게 하는 것이며, 인색한 이를 일깨워서 보시를 원만하게 하는 것이요, 나쁜 소견을 지닌 이를 조복하여 지혜롭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도움을 줌으로써 다른 이를 평등하고 가깝게 거두어 주며 서로 친근히 하면서 따르게 하는 일을, 도움을 줌으로써 사람을 불러들이는 것이라 한다.
행동을 같이 함으로써 사람을 불러들이는 일이란, 생명을 해치는 일과 도둑질, 음욕, 거짓말, 술 마시는 일에 대해서 이 다섯 가지 일을 지극히 싫어하지만 친구와 함께 하면서 그로 하여금 그 일을 떠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일로써 다른 이를 평등하고 가깝게 거두어 주며 서로 친근히 하면서 따르게 하는 것을, 행동을 같이 함으로써 사람을 불러들이는 것이라 한다.”
먼저 말을 건네고 안부를 묻고 친척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며 걱정해주는 일.
핵가족화가 심화되어가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마음 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혹시 가족들이 멀어지고 흩어지는 분이 계시다면 부처님이 일러주신 이 방법을 한번 써보시기 바랍니다. 분명 다음 명절에는 일가친척들의 웃음소리가 왁자하니 집안에 가득 찰 것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다는 것. 주부의 입장에서야 허리가 휘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명절날 휑한 큰 집보다는 비좁더라도 현관에 벗어놓은 신발이 수북한 집안이 좀더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일단 내 피붙이들이 화목해야 그 사랑이 낯선 이웃으로 번져갈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