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아끼듯이, 모든 살아있는 것에 한량없는 자비심을 내라. <법구경>
부실 도시락 파동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가고 있다. 결식아동에게 부실 도시락이 제공돼왔다는 사실이 폭로된 이후 담당자들은 보직해임이 되는가 하면 경찰들은 급식비 착복여부를 수사하고 있고, 보급망 미비로 도시락 대신 상품권을 지급한 곳이 나오는 등 연일 신문지상이 시끄럽다. 보건복지부는 부랴부랴 도시락 질을 높인다며 종전 2500원에 책정했던 도시락 가격을 4000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국민들은 “이제 와서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고 도시락 질이 개선되는가”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도시락 파동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결식아동에게 따뜻한 온정을 베풀자는 취지에서 준비된 도시락에 ‘정성’이 없었다는 데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시혜자’ 입장에서 편의적으로 이루어진 ‘탁상행정’이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더 큰 상처만 줬다는 지적이다.
메추리알 4개, 단무지 2쪽과 모닝빵 1개로 이루어진 점심식사. 과연 내 자식에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작금의 상태는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현실이다. 우리 주변의 결식아동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은 ‘도시락’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따뜻한 관심’이었을 것이다. 마치 어머니가 외아들을 아끼듯, 내 이웃에게 자비심을 베풀었으면 결식아동들이 겨우 몇 쪽의 단무지로 배를 채우는 것을 좀 더 빨리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행정당국의 무책임함도 크지만 우리 모두의 무관심함도 못지않다. 마치 내 자식을 돌보듯 우리 이웃을 돌아보자. 부처님이 말씀하신 자비심을 실천하여 더 이상 소외되는 이웃이 없도록.
■이은비(취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