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사전에서 m자를 찾아보자. 수천 년 전, 지금의 이라크 지역에 살았던 셈족이 사용하던 물 흐르는 모양(한자의 水와 비슷)의 글자가 라틴어에서 m으로 변했다고 설명되고 있다. 조지훈 시인이 지은 <한국문화사 서설>은 우리말의 연원이 셈족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물과 관련 있는 단어 가운데 m자로 시작하는 단어가 많다. 예를 들어 우유를 milk, 포유동물이 mammal, 그리고 사람을 man이라고 하고, 금강경 12장 ‘존중정교분’에서 천인, 인간, 아수라 중 인간은 산스크리트어 manu를 한자로 번역한 말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우리말 물, 마음, 엄마 또한 m발음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날 때부터, 이 m자와 함께 인생을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즈>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어권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어단어가 mother며, 일본사람은 오마상, 독일 사람은 무터라고 한다. 바로 이 m자가 흐르는 물을 상징한다는 것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몸은 66%정도가 물로 되어 있다. 현대과학은 물이야 말로 가장 오묘한 생명을 탄생시킨 장본인임을 여러 각도에서 이해하고 있다. 물의 가장 중요한 과학적 성질은 물을 이루고 있는 분자, 즉 H2O가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있는가에 의해서 결정된다. 컵의 물은 차 있는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빈 공간이 많다. 물 분자는 수소결합이라는 힘 때문에 서로 붙었다가 떨어졌다가 한다. 이러한 성질이 물이 가지는 온갖 오묘한 성질을 연출해 낸다.
예를 들어, 얼음이 되면 빈공간이 늘어나서 얼음이 뜨게 된다. 빙산이 물에 뜨지 않았다면, 아마 생명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태양에서 오는 빛 에너지를 다시 방사하지 못하게 되면, 지구는 너무 뜨거워지기 때문이다. 생명을 유지하는 것,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것, 심지어 생각할 수 있는 것 또한 물의 오묘한 작용 때문임을 상상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 45년간 설법하신 장소가 주로 강가이며, 경전에는 강가에 대한 비유가 많이 등장한다. 금강경에서도 남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공덕을 강가의 모래를 비유한다. 또한 진리의 세계로 가는 법을 뗏목에 비유하고, 건넌 후는 뗏목 또한 버리라는 것 또한 자주 만나는 말씀이다. 이와 같이 강과 물 등이 불교 전체를 흐르는 중요한 테마임을 알 수 있다.
다르마란 부처님 법을 나타낸다. 불자들이 항상 외우는 네 가지 서원에 ‘부처님 법에 귀의한다’의 ‘법’이 바로 다르마를 번역한 것이다. 인도말로 다르마에는 흐르는 물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즉, 삼라만상의 성질이 어느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물과 같이 흐른다는 뜻이리라. 한자로 법(法) 또한 물이 흘러가는 모양을 딴 것이므로. 다르마를 법으로 번역한 옛 사람은 과연 천재라고 할 만하다. 이유 없이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 질 때, 관세음보살 진언인 ‘옴 마니 반메훔’을 외우자. 이 옴에 깃들여 있는 m자를 생각하면서, 잊었던 존재의 기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서울대 전기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