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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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27) 수레바퀴는 있는데 수레는 없단 말이냐
향수 냄새 가득한데 미인은 간 데 없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메난드로스 왕은 물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스님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나가세나라고 부릅니다, 대왕이시여. 나의 동료들은 그렇게들 부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부모님이 내게 준 이름일 뿐, 나가세나든, 수라세나든, 비라세나든, 시하세나든, 그런 것들은 다만 ‘명칭’이고, ‘관념’이고 ‘습관’으로서 다만 ‘이름’일 뿐입니다. 거기 어떤 ‘사람’이 실제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자 메난드로스 왕은 놀라서 이렇게 외쳤다. “들어보시오, 여러분, 500의 그리이스인과 8만의 승려들이여. 지금 이 나가세나는 지금 제게, ‘자신은 실제로 있는 어떤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어떻게 수긍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서 나가세나에게 말했다.
“만일, 존경하는 나가세나시여, 실제 어떤 ‘사람’도 없다면, 묻고 싶습니다. 그럼 당신이 필요로 하는 옷이며 음식, 주거며 약 따위를 주는 사람은 누구란 말입니까. 그리고 그것을 쓰고 소비하는 사람은 또 누구란 말입니까. 계율을 지키는 사람은 누구며, 선정을 닦는 사람은 또 누구며, 네 가지 성스런 길과 그 과실을 깨닫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리하여 니르바나에 이르는 사람은 또 누구란 말입니까.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사람은 누구며,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사람은 누구며, 부적절한 성 행위를 하는 사람은 누구며, 거짓말을 하고, 술에 빠지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다섯 가지 죽을 죄를 짓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만일 거기 ‘사람’이 없다면, 공덕도 없고 죄악도 없을 것이며, 그 공덕을 짓고 죄악을 저지르는 자도 없을 것이며, 그 배후에 어떤 행위자도 없을 것입니다. 선하고 악한 행위의 과보도 없을 것이며, 그에 대한 보상과 처벌도 없을 것입니다. 또 누군가가 당신을 죽인다 해도, 오, 존경하는 나가세나여, 그는 어떤 살인도 저지르지 않은 것이 됩니다. 그리고 그대 자신, 존경하는 나가세나여, 당신은 진정한 교사나 지도자, 정식 승려로서 서품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는 오온이 아니다
메난드로스 왕은 다시 이렇게 말했다. “그럼, 어디 물어봅시다. 당신의 동료들은 당신을 습관적으로 ‘나가세나’라고 부른다고 했습니다. 혹시 머리카락이 나가세나인가요?”
“아닙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아니면, 몸의 터럭이 나가세나인가요?”
“아닙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아니면, 손톱, 이빨, 피부, 근육, 힘줄, 뼈, 골수, 신장, 간, 지라, 폐, 창자, 복막, 위, 똥, 쓸개즙, 고름, 지방, 눈물, 땀, 침, 콧물, 연골, 오줌, 골 속의 뇌, 이런 것들이 나가세나입니까?”
“아닙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그렇다면 존자여, ‘물질(色)’이 나가세나입니까?”
“아닙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그럼, ‘감정(受)’이 나가세나입니까?”
“아닙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그럼, ‘지각(想)’이 나가세나입니까?”
“아닙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그럼, ‘의지(行)’가 나가세나입니까?”
“아닙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그럼, ‘의식(識)’이 나가세나입니까?”
“아닙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그렇다면, 앞의 다섯 더미(五蘊)의 결합을 나가세나라 합니까?”
“아닙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그렇다면, 이 오온 밖에 따로 나가세나가 있습니까?”
“아닙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메난드로스 왕은 곤혹스럽게 말했다. “존자여, 여러 질문을 했지만, 저는 나가세나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 ‘나가세나’는 단순한 소리에 불과한 것일까요. 그럼 여기 내 앞에 있는 나가세나는 대체 누구입니까. 당신은 제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진정 나가세나는 없었습니다.”

수레바퀴는 있는데 수레는 없다니
의혹과 혼돈에 빠진 메난드로스 왕에게 존자 나가세나는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 “대왕이시여, 당신은 부드럽고 세련된 환경에서 자랐을 것입니다. 그런 몸에 맨발로 거친 바닥과 뜨거운 모래를 밟는다고 합시다. 그대의 연약한 발이 험한 가시밭과 자갈 길 위를 걷는다면 발은 상처를 입고, 몸은 피곤해지며, 정신은 손상되어, 걸음마다 아프고 괴로운 느낌을 갖겠지요... 그런데 지금 대왕이시여, 당신은 이곳까지 걸어오셨습니까. 수레를 타고 오셨습니까?”
“걸어오지 않았습니다. 수레를 타고 왔습니다.”
“수레를 타고 오셨다니, 대왕이시여, 그럼 ‘수레’가 무엇인지 제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굴대’가 수레입니까?”
“아닙니다. 존자시여.”
“그럼, ‘바퀴축’이 수레입니까?”
“아닙니다. 존자시여.”
“그럼, 바퀴가, 혹은 바퀴살이, 깃대, 빗장, 멍에 등등이 수레입니까?”
“아닙니다. 존자시여.”
“대왕이시여, 여러 질문을 했지만, 저는 ‘수레’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 ‘수레’는 단순한 소리에 불과한 것일까요. 그럼 무엇이 진짜 수레입니까? 대왕께서는 제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진정 수레는 없었습니다... 대왕께서는 전 인도에서 가장 위대한 왕이십니다. 대체 누가 두려워서 진실을 말하지 않으십니까.” 그러면서 그는 말했다.
“들어보시오. 여러분, 500의 그리이스인과 80,000의 승려들이여. 지금 지금 이 메난드로스 왕께서는 분명 자신이 수레를 타고 여기 오셨다고 말씀하셨소. 그렇지만, 수레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고 하자, 그 존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이 말에 500의 그리이스인들이 나가세나를 찬탄하며 메난드로스 왕에게 주문했다. “대왕께서는 이제 뭐라 말씀하시겠습니까?”
“나는, 나가세나여, 거짓을 말한 것이 아닙니다. 굴대와 축, 바퀴와 바퀴살, 깃대와 빗장, 멍에 등속에 의존해서, 여기 ‘수레’라는 명칭이, 관념이, 습관이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름뿐인 ‘수레’가…”
“대왕께서는 수레에 대해서 잘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 나가세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의 서른 두 부분과 물질, 감정, 지각, 의지, 의식의 오온에 의지해서 ‘나가세나’라는 명칭이, 관념이, 습관이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궁극적 견지에서, 이 ‘사람’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대왕이시여, 바지라라는 비구니가 붓다 앞에서 이런 시를 노래했습니다.

마치, 부분이 바로 모일 때,
‘수레’라는 이름이 생겨나듯이
다섯 가지 요소(五蘊)가 존재하는 곳에
‘어떤 것’이라 부르는 관습이 있네.

“존자 나가세나여, 정말 훌륭합니다. 내 질문에 정말로 훌륭하게 대답해 주셨습니다. 붓다께서 여기 계셨다면, 당신의 대답을 인정하시고 또 칭찬하셨을 것입니다.”
■한국학 중앙연구원
200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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