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을 얻은 사람은 다시는 마음이 동요하지 않을 것이니, 마치 물을 아끼는 집에서 둑을 잘 쌓아 놓은 것과 같다. 수행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지혜의 물을 간직하려는 까닭에 선정을 잘 닦아 그 누실을 막는 것이다. <유교경>
1월 3일, 서울지하철 7호선에서 2년 전 대구지하철 참사와 유사한 지하철 방화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대구지하철 화재 당시 정부가 ‘다시는 이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와 대비책을 세우겠다’고 했던 말이 미봉책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고였다. 이뿐인가. 지하철 당국이나 역무원들의 위기 대처방법은 그때와 별반 다른 게 없었다. 다행히 출근시간 전이어서 혼란이 덜했고, 무엇보다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이처럼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공복(公僕)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화재발생 후 승객들이 객차 내 인터폰으로 기관실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불통이었고, 종합사령실, 역무실, 기관실간 비상조치도 없이 불붙은 전동차에 승객을 실은 채 운행했으면서도 서로 책임전가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 서울지하철의 경우 전동차 내부가 불연소재로 바뀐 경우는 1~4호선만 교체가 마무리되고 7·8호선의 교체율은 28%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정부는 의례적으로 대책발표와 시정명령을 하고, 일선기관에선 재원부족을 핑계로 미적대며,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버리는 고질적 관행이 계속되는 한 ‘소 잃고도 외양간 못 고치는 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에 예산부족 타령만 하는 것은 곤란하다. 무사안일 속에 숨은 안전불감증은 더더욱 위험하다. 당국은 언제까지 안전시험대란 도마 위에 시민의 생명을 올려놓을 것인가.
노병철(취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