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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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고3 수험생 부모님께/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부처님과 승단에 기원정사를 보시한 급고독 장자에게 깔라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이 아들은 부처님이나 스님들이 집에 오실 때면 항상 멀리 가 있거나 집안 어딘가에 숨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믿음이 독실한 급고독 장자는 아들의 이런 행동이 영 마땅치 않았고 혹여 이러다가 아들이 다음 생에 천한 세계에 태어나게 될까 언제나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들의 습관을 고칠 수 있을까 궁리하다 결국 돈으로 아들의 마음을 움직여 보기로 했습니다.
장자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만약 네가 초하루나 보름날 저녁에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는 곳에 가 하룻밤을 새고 오면 돈을 얼마 주겠다. 내가 약속하마.”
돈을 주겠다는 말에 아들 깔라는 제타바나 수도원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법문은 듣지 않고 그저 시간만 보내다 왔습니다. 수도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온 아들이 너무나 고마워서 아버지는 먼저 대문을 들어서는 아들을 따뜻하게 맞아 아침 죽을 권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괜찮아요. 그보다 먼저 약속하신 돈이나 주세요.” 아들은 꽤 두둑한 용돈을 받았습니다. 다음날 장자는 아들에게 또 이렇게 제안하였습니다.
“이제 부처님에게서 좋은 말씀 한 구절을 배워 오지 않으련? 그러면 내가 너에게 일천 냥의 돈을 주겠다.” 깔라는 다시 수도원으로 갔습니다. 생전 하지 않던 인사를 부처님께 올리고 이렇게 청하였습니다.
“좋은 말씀 한 구절을 가르쳐 주시겠어요?”
부처님은 깔라에게 짧은 시 한 수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시 한 수를 받은 깔라는 자신만만하였습니다. ‘이깟 몇 줄짜리 시구쯤이야….’
그런데 참 이상하기도 한 것이 아무리 애를 써도 단 한 줄도 외울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부처님께서 깔라가 그 시를 욀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온종일 시 한 수를 읊고 또 읊었지만 외우지 못한 깔라.
그는 앞 구절을 외운 뒤에 뒤 구절을 기억하려고 뒤 구절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고, 뒤 구절이 생각나면 앞 구절과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앞 구절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깔라는 그 시를 다 외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시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깔라는 깊은 삼매에 들어 그 의미를 터득하다가 마침내 깨달음의 첫 번째 경지인 수다원과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룻밤을 깊은 삼매 속에서 보낸 다음날 아침, 깔라는 부처님과 스님들을 따라 아침 공양을 하기 위해 자기 집으로 갔습니다.
깔라는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지? 내가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으려고 한 것이 들통 나면…. 제발 아버지가 부처님 앞에서 돈을 내놓지 마셔야 할 텐데….’
깔라의 이런 간절한 바람도 눈치 채지 못하고 아버지는 예전과 다름없이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아침 공양을 올린 뒤에 아들에게도 아침죽을 내주었다. 아들이 그릇을 비워가자 아버지는 약속한 돈 일천 냥을 내놓았다. 그러자 아들은 부끄러워하며 받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자, 어서 받으렴. 약속했지 않았니?”
장자는 아들의 변화에 놀라면서도 거듭 권하였지만 깔라는 아주 겸손하게 돈 받기를 거절하였습니다. 그런 아들을 지켜본 장자는 부처님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제 아들이 아주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제 아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기 시작합니다. 이제 아들을 신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자는 자기가 어떤 방법으로 아들을 수도원에서 지내도록 했는지를 자세하게 고하였습니다. 사연을 다 듣고 난 부처님은 말하셨습니다.
“장자여, 그대의 아들 깔라는 이제 세계를 다스리는 전륜성왕보다 그리고 천상의 브라흐마 천왕보다 더 큰 보배를 갖게 되었구나.” (<법구경> 제178게송의 인연이야기)
11월 17일에는 대입수능시험이 있었지요. 각 사찰과 교회, 성당에서 수험생의 어머니는 시험시간에 맞추어 아이들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셨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반의 반이라도 헤아려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들이 시험을 잘 치러서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것은 부모님 자신을 위함이 아니라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하는 마음에서 일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돈이라는 재물 보다 사회에서 뒤쳐지지 않는 조건들을 착실히 다져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쩌면 부모가 줄 수 있는 보물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시험은 끝났습니다. 결과를 기다려야겠지요. 기다리는 동안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급고독 장자처럼 정말 중요한 보물을 안겨주시지 않겠습니까? 긴장이 풀려 자칫 평상의 마음을 잃기 쉬운 아이들에게 부처님의 말씀 한 자락을 들려주고 외우게 하는 일말입니다.
200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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