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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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건강하고 싶은 당신에게/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요즘 운동 많이 하시지요? 저녁 산책에 나서면 운동하는 이웃들을 숱하게 만납니다. 입회비를 내고 등록해서 땀을 흘리는 헬스클럽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동네 골목길이나 한 뼘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든 운동을 합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거나 빠르게 걷거나 또는 줄넘기를 하는 등 나름대로 매우 진지하게 건강한 몸만들기에 열심입니다.
건강!
동서고금 모든 사람들의 영원한 제일순위의 희망일 것입니다. 그래서 건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법입니다.
사실 세상 사람들이 주고받는 덕담은 대부분 너무 지나치지 말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돈을 많이 버는 건 좋지만 지나친 재물은 오히려 해가 된다고 하고, 행복한 것도 좋지만 너무 행복해도 호사다마라며 경계합니다. 미남미녀를 배필로 맞이하라는 덕담도 건네지만 ‘얼굴 뜯어먹고 사는 것도 아닌데…’라며 적당한 아름다움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유독 건강에 관해서만큼은 “적당히 건강하세요!”라는 인사말은 그 사람에게 오히려 실례가 됩니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최고 가치를 건강에 두고 있는데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럼 건강해진 몸으로 무얼 하며 살건대?’
감히 말씀드리자면 참 많은 사람들이 ‘건강해야해’, ‘오래 살아야해’라고 주장하며 열심히 건강법을 실천하고는 있지만 건강이나 장수가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부처님도 건강을 강조하십니다.
“병이 없는 것이 첫째가는 이익이요,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으뜸가는 부자다.”<출요경>(한글대장경19책 567쪽)
이 구절을 보면 “거봐, 부처님도 건강하라시잖아. 무조건 건강이 최고라는 건 성현께서도 강조하고 계시다니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이 건강을 강조하시는 것은 좀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40권 화엄경>을 볼까요?
“선남자야, 보살이 처음 발심하고 보리를 배우려면, 병이 가장 큰 장애가 되는 줄 알아야 한다. 중생들이 몸에 병이 있으면 마음이 불안한 법인데, 어떻게 바라밀다 행을 닦아 익히겠는가. 그러므로 보살이 보리를 닦으려면 먼저 몸에 있는 병을 치료해야 하는 것이다.”(한글대장경48책 152쪽)
건강이나 무병장수는 절대로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인생의 목표를 위한 조건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는 다름 아닌 스스로 깨달음을 이루고 이웃들의 마음에서 번뇌를 덜어주는 보살의 삶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육체는 인연화합이 풀어지면 결국 무너지게 마련입니다. 그런 덧없는 몸에 ‘나’는 이러저러해야한다며 집착을 가하고 화를 내는 중생들의 어리석음을 부처님은 가장 안타까워하십니다. 하지만 그 어리석음을 없애가는 일도 이 덧없는 몸뚱이를 가지고 해야 하니 우리는 건강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헤아릴 수 없이 오랜 세월동안 켜켜로 내려앉은 어리석음을 털어 버리기 위해 무엇보다도 건강한 마음을 지녀야 하는데 그 마음이 담긴 그릇이 바로 몸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웃을 위해 밤낮없이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활력이 넘치는 육체는 필수입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슴 동산에 계실 때 나쿨라 장자가 찾아뵙고 이렇게 청하였습니다.
“부처님, 저는 지금 나이도 많고 또 병도 있어 온갖 근심과 괴로움이 가득합니다. 부처님, 제발 좋은 가르침을 내려 주셔서 중생들이 오래도록 평온하게 해주십시오.”
그러자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의 말과 같이 몸에는 두려움과 고통이 많다. 믿을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그저 엷은 가죽으로 그 위를 덮었을 뿐이다. 장자여,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몸을 의지하는 이는 잠시 동안의 즐거움은 있을지라도 그것은 어리석은 마음으로서 지혜로운 사람이 귀히 여기는 바가 아니다. 그러므로 장자여, 비록 몸에는 병이 있더라도 마음에는 병이 없게 하라. 장자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한다.” <증일아함경>(한글대장경9책 105쪽)
지금 웰빙의 열풍에 맞춰서 건강관리를 하는 것은 육체의 부서지는 시간을 조금 늦추는 일에 불과합니다. 부처님은 덧없는 몸을 무너지지 않게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왜 덧없는 것인가 잘 살펴보아 더 이상 덧없는 몸에 휘둘리지 말고 강건한 진리의 그릇으로 다시 태어나라는 것을 가르치고 계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200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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