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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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환원적 방법으로 접근할 수 없는 연기적 관계/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오늘날 생명과학의 연구방법은 모든 대상을 잘게 잘라내어 부분으로 만들고, 그 부분들을 알아냄으로써 전체모습을 파악하려는 환원론적 방법이 주를 이룬다. 그동안 이러한 방법이 많은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명화된 사회일수록 사람들의 소외 현상이 두드러지고 생태파괴와 같은 현상이 있다는 것은 무언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과학이 대상(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 방식인 환원론적 방법의 근본적인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대상을 잘게 자른 후(자른다는 것은 형성되어 있는 관계를 단절시킨다는 것과 같다) 그것을 종합하면 전체의 모습이 보인다는 과학적 가정은 치명적 한계를 지닌다. 예를 들어 하나의 생명체로서의 사람을 과학적으로 잘게 잘라 들어갈 때 사람은 장기가 되고, 세포가 되고, 유전자가 되고, 핵산이 되고, 탄소와 수소가 되고, 원자와 전자가 되고, 양성자 등의 소립자가 되고, 드디어는 약하고 강한 힘으로까지 도달한다. 하지만 이 과정을 역으로부터 합성해 올라간다면 어디서부터 인간이라 할 것인가. 사실 결론 내리기가 애매한 것이다. 이러한 면이 어디서부터 생명체로 볼 것이냐에 대한 혼란을 야기한다.
이렇듯 역으로 올라갈 때 각 단계에서 밑의 구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다음 단계가 나타나는 현상을 창발(emergence)이라 한다. 기존 부분의 합이 단순히 1+1이 2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 형성을 통해 10이나 100이 되는 현상으로서 단순한 물리화학적 재료로부터 생명체가 나타나는 예나 진화상 인간의 인지능력의 출현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창발 현상에 대해서 환원론적인 현대과학은 전혀 접근 방법을 모르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현대 과학이 어려워하는 것이 바로 ‘관계’라는 점이다. 특히 창발 현상이 두드러진 생명과학에서 생명체를 이루고 있는 연기적 관계를 해체해 부분으로 만든 경우 다시 원래의 관계를 알아내어야만 하는 데 연기적 관계라는 것은 단순히 선형적 관계가 아니다. 예를 들어 생명현상이란 여러 관계들이 모여서 나타나지만, 이러한 관계는 단순한 수학적인 합의 관계도 아니다. 이러한 작은 관계들의 모임(蘊)이 서로 관계하여 뭉쳐서 또 다른 새로운 체계를 만들고 이 새로운 체계는 다시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작은 체계에 대하여 역으로 작용하여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새로운 체계와 그것을 이루고 있는 작은 체계조차 서로 영향을 주면서 계속 변화하여 예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지니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생명현상이야 말로 과거, 현재, 미래가 따로 없는 연기적 세계이며, 지금의 환원적 과학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다.
생명과학도 부처님 말씀처럼 몸을 이루고 있는 관계를 제대로 알아 고통을 겪게 하지 말자는 것이기에 찾아낸 물질의 원래의 기능도 알 수 없는 연구에 힘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이들의 합성과 다양한 관계를 밝히는 과학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200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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