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바람이 불면서 ‘행복’이 삶의 핵심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과 테러로 지구촌의 긴장이 높아가고 나라의 경제난도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아 ‘행복’에 이르는 길은 아직 멀고 힘들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불교신문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전국 사찰의 신도회, 청년회, 신행단체, 직장직능단체 불자들을 대상으로 불자들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것이다. 그 결과, 재가불자들의 평균 행복지수는 63.9점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2003년 호서대 김명소 교수팀의 조사에 의해 밝혀진 한국인의 평균 행복지수 57.7점 보다 제법 높은 수치이다.
이 두 수치의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긴 하지만, 행복지수를 산출하기 위한 등급 분류 방식이 같고, 평균 행복지수와 남녀별 행복지수의 편차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이 수치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는다고 판단된다.
이번 조사 결과는 ‘불교’가 사람들의 행복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불교를 믿음으로써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불자들이 85.6%에 이른다는 사실도 주의해 볼 점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를 더욱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출가한 스님들의 행복지수, 나아가 다른 종교인들의 행복지수를 조사하여 함께 비교해 보아야 한다. 이것은 앞으로의 과제다.
또한 이번 결과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일반인들과 불자들의 행복지수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일 수도 있다. 이번 조사 결과로 불교계나 불자들이 자만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교는 고통의 소멸, 즉 열반을 가르치는 희망의 종교다. 그러나 열반은 현실 저너머에 있지 않다. 지금 이곳의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실현되어야 할 목표다. 〈숫타니파타〉에서 “나는 이미 밥도 지었고 우유도 짜놓았습니다. 내 움막은 이엉이 덮이고 방에는 불이 켜졌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라는 목동 다나야의 말은 음미해봄 직하다. 지금은 우리 불자들이 참다운 행복이 무엇인지, 불자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