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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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침에 정토를 꿈꾼다/송일호(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해에는 국론이 분열된 정치적 상황뿐만 아니라 경제적 불황으로 말미암아 대다수 국민들이 고통스런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체감경기가 오히려 외환위기때 보다 더 나쁘다는 륀이 돌 정도로 심각한 경제 상황속에서 을유년 새해를 맞았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를 방황하고 있으며, 청년실업률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한편 서민경제의 주름살이 한층 더 깊어진 한해였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사회의 극빈층에 해당되는 많은 사람들의 고통은 더욱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여기저기에서 어려운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세밑일화들이 들려오고 있어 그나마 우리들의 마음을 한결 포근하게 해주는 것 같다. 경제가 어렵다고 인정까지 메마르진 않았다는 증거다.
얼마 전 20여년간 폐품을 팔아 40대의 뇌성마비 아들을 돌보는 한 70대 할아버지의 눈물겨운 사연이 뉴스로 전해지자 전국 각지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온정답지는 지역언론과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서로 연계 보도한 결과라 한다. 이러한 온정이 줄을 잇자 사회단체나 관공서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는 소식이다. 반가움을 넘어 우리 사회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낀다.
또한 노점상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도깨비노점상연합회 소속회원 30여명이 서울의 대표적인 빈민촌이자 철거예정지인 종로구 창신동 거주 빈민들과 노숙자를 위해 이른바 ‘희망의 김치’를 담가 전달하는 훈훈한 기사도 접할 수 있었다.
불황과 실업으로 얼룩진 우리 경제의 어두운 구석에서 기댈곳 없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해 가며 따뜻한 겨울을 만들고 있는 장면은 어느 한편의 영화 보다도 그 감동이 진하게 느껴진다.
한편으로 내자신을 돌아보며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 수 없음을 고백한다. 바쁜 일과에 묻혀 살면서 주위를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지 못했다.
인천에서도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수집한 고철을 팔아 모은 돈을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지체장애인 부부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였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 보다 더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온정을 베푼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저변에 묵묵히 흐르는 저 소리없는 온정의 손길이 바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와 같이 보시하는 마음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하고 우리의 삶을 값지게 하는 근원일 것이다.
불교에서도 오계파지운동(五戒把持運動)이 있다. 이는 스님으로부터 오계를 받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면서 시대를 이끌어 가는 불자들의 공동운동으로 오계 중의 불투도계(不偸盜戒)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실천하자는 것이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보시와 자비의 실천운동, 기아 질병 구호운동, 그리고 경제정의 실천운동 등으로 복덕이 충만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실천덕목인 셈이다.
이러한 실천덕목을 입으로만 외울것이 아니라 실제 몸으로 행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청정심이 넘쳐나고 이때 비로소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이 바로 극락정토가 되지 아니겠는가.
며칠전 남아시아에서 끔찍한 재앙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국가와 민족은 다르지만 그들에게 한국인과 불교인들의 정성을 전했으면 좋겠다. 새해 온정으로 세상이 밝아지길 꿈꾸어 본다.
200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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